이상한 존재와의 만남은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어릴 적 살던 하얀 집 현관은 옆으로 밀고 닫는 불투명한 유리가 달린 미닫이문이었다.
급하게 열면 들리는 쇠마찰음이 싫어서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밀면 눈앞에 보이는 파란색 현관바닥 타일이 참 정갈해 보였다.
그 당시 연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서 마룻바닥이 다소 높아 우리 삼 남매가 걸터앉아 신발을 신고 벗기가 딱 좋았다. 거실을 지나 전면에는 넓은 부엌이 보이고 왼쪽으로 안방과 서재 그리고 오른쪽으로 할머니가 사용하는 중간방과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삼 남매가 자는 작은방이 있었다.
2층집은 아니었지만 옥상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실내에 있어서 우리 삼 남매가 미끄럼틀로 유용하게
사용하며 놀았고 계단 옆에 있는 화장실은 지금 생각해 봐도 가정집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넓었고 창문이 많이 달려있어서 밤에는 혼자 가기 무서웠다.
여름낮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방문으로 소란했던 우리 집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고요해지며 방마다 불이 꺼지고 모두들 자리에 누웠다.
그 당시 삼 남매가 함께 자는 작은방에는 킹사이즈 침대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모두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게 편하신 분들이었는데 왜 그렇게 큰 침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그 침대에서 어린 삼 남매가 함께 잤고 벽과 붙어있는 쪽에는 오빠가 중간에는 어린 동생, 가장자리에는 내가 누워서 잤다.
사실 내가 가장자리에 누워서 자야 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꼭 한밤중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습관이 있었던 나는 혼자 화장실까지 가는 것을 무서워했고 그런 나를 위해 어머니가 방문옆 구석에 작은 요강을 놓아주었다.
자다가도 때가 되면 자동적으로 일어나 요강 위치로 가서 소변을 보고 다시 잠자리까지 가는데 눈도 뜨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린 나에게는 익숙한 루틴이었다.
그날밤도 깊이 자던 중 자동반사적으로 일어나 눈도 뜨지 못한 채 비몽사몽간에 요강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귀뚜라미 소리와 새근새근 거리며 깊이 잠든 오빠와 동생의 숨소리만 고요한 여름밤을 평화롭게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뭐지? 무슨 소리가 분명 들렸는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방안의 모습은 늘 보던 그대로이다.
"희연... 아..."
내 이름이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분명하다.
누구지? 어디지?
두리번거리다 창문 쪽으로 시선이 고정됐다.
유난히 밝은 달빛이 창가를 비추고 있었고 창밖에 있던 복숭아나무가 그림자를 드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있었다.
"희연... 아..."
또 부른다. 누구야?
그때부터 머리칼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때 창문 난간에 놓여있던 못난이 삼 형제 인형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우리 삼 남매를 닮았다며 사 온 인형인데 팔다리가 몸에 붙어있는 관상용이라 갖고 놀 수가 없어 창가에 올려놓아둔 것인데 그 인형들이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팔을 천천히 위로 올리더니 일어섰다.
"희연아... 희연아... 희연아"
인형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분명했다.
요강에 앉아있던 나는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순간 인형들이 침대 위로 뛰어내렸다.
달빛을 받아 곱실거리는 인형머리털이 반짝거리며 검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나에게 향해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가까이 있는 오빠의 다리를 마치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밟고 지나가며 동생의 자리까지 지나서 비틀거리며 세 인형이 일제히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 이름만 불렀다.
"희연아... 희연아!"
순간 공포에 질린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악~~~~ 엄마! 엄마! 엄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으면서 엄마를 불렀다.
우당탕 소리가 나고 방문이 열리더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옆방에서 주무시던 할머니까지 황급히 뛰어 오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어머니가 와도 알아보지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온몸을 떨며 비명을 질러대던 나는 어머니가 수차례 뺨을 때리자 겨우 어머니를 쳐다보며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왜? 왜? 희연아! 무슨 일이야?"
어머니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창문 쪽을 가리켰다.
"저.. 저.. 인형이"
"인형? 인형이 왜??"
순간 돌아보니 못난이 삼 형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부좌 자세로 창가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인형이 움직였는데..."
"뭐?"
"아이고... 놀래라. 애가 헛것을 봤네. 그러길래 잘 먹여야지.. 쯧쯧"
어릴 적부터 입이 짧고 밥 먹는 것을 싫어했던 나는 할머니가 보기에 못 먹어서 비쩍 말라 보였을 테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건강을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셨다.
그리고 그날밤 사건은 낮에 유골함을 가지고 온 사촌의 일로 인해 놀라고 피곤했던 내가 헛것을 본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유골함 가방이 놓여있던 곳이 바로 못난이 삼 형제인형이 있던 창가였다.
곧바로 어머니는 한밤중 나를 놀라게 만든 주범인 그 인형들을 치워버리셨고 그 후로 다시는 보지 못했다.
다음날 나는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여전히 지난밤의 일이 머릿속에 생생했지만 인형도 없어졌으니 다시는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 안심했다.
두 번째 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못난이 삼 형제 인형
인형자체는 아주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