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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Oct 09. 2021

개가 본 세상 이야기/ 필자 소개

개시 수필 1

나는 개다.

정확하게는 ‘강아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10살 ‘어른’ 개다. 그런데도 덩치가 작다 보니 사람들은 아직도 (사람 나이로 70 넘은 할머니인) 나를  아직도 강아지라 부른다.

그들에게 개는 나이가 들어도 작으면 무조건 강아지다.


지들 좋을 대로 기분대로 부른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 사람은 키가 작아도 나이 들면 어른 대접하는데, 우리 개는 왜 작으면 무조건 강아지라 부르지?

사람도 작으면 어린이로 부르나?  

큰 개는 어려도 '개',  커서도 '개'다.  

작은 개는 어려도 '강아지' 커서도 '강아지'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2012년 4월 1일 태어났다.

사람들이 만우절이라고 하는 날이다.

거짓말해도 웃어넘기고 용서해 주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 개들이 들으면 웃겠다.

평소 진실만 얘기하다가 이 날만은 거짓말하는 날이라니!

평소 입만 열면 거짓말해 대는 거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차라리 이 날을 진실을 말하는 '진실절'이라 하면 모를까.

사람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웃긴다.

평생 거짓말하면서 평생 거짓말 안 하는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만우절’이라 떡하니 달력에 붙여놓고 그날만 거짓말한다는 위선자들.  


만우절은 웃으면서 거짓말하는 날

다른 모든 364일은 진지하게 거짓말하는 날


나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정말 궁금해. 그리고 할 말도 많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어쩔 수 없네.

인간들은 내가 말하는 소리는 무조건  '멍멍'으로만 들리는가 봐

그러니 글로 대신해야겠는데, 나 ‘보드리’는 인간 글을 모르는 까막눈이잖아

초등학교도 못 다녔어. 한마디로 일자무식

지들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다 다니면서,

나는 의무교육도 못 받았어.

그러니 글자를 몰라,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라.

우리 개도 개학교가 있으면 좋겠다. 개초교, 개중, 개고, 개대...


그래서

이 글은 내가 가장 신뢰하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우리 개 아빠가 대필하기로 했어

장르가 뭐냐고?

시?

수필?

너네 인간들이 말하는 그딴 장르는 몰라, 그냥 개 생각나는 대로 개소리할 거야

개의 눈으로, 개의 느낌과 생각으로 쓰다 보면 개 철학, 개 수필, 개시가 되겠지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때로는 논리로 때로는 감성으로


마지막으로

나는 돈이 필요 없으니 혹 저작권료 그런 거 나오면 ‘아빠’ 통장으로 넣어줘

맛있는 간식 사주시겠지

인사가 좀 늦었네. 내 이름은 '보드리'라고 해

보들보들 부드럽다고 붙여진 이름이지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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