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

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by 최송목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연필 드로잉 공부가 요즈음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뭐든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도 않는 어중간한 상태에 도달한 것입니다. “초심자가 벌써?” 하시겠지만, 입시나 누군가의 강요로 시작한 게 아니라 자발적 동기로 시작한 아마추어이다 보니, 절박함이 없는 호기심만의 동력으로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지요. 이것저것 그려보는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다 보니 능력과 의욕에서 한계와 권태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또 다른 모티브를 발견하기 위해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가 컨투어 드로잉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 또는 continuous line drawing)은 프랑스어에서 따온 말로 영어로는 outline이라는 뜻입니다. 대상의 외곽선을 이어서 그리는 기법으로 관찰력을 키우는데 좋다고 하네요. 저도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강아지, 사람을 위주로 그려봤습니다. 주로 3분 정도 소요되었지만 1분 걸린 것도 있고 5분 걸린 것도 있습니다. 빨리 그리다 보니 윤곽이 어설프고 각도도 맞지 않고 디테일도 없습니다. 빨리 그린 그림을 그냥 두자니 성의 없어 보이고, 디테일을 더하면 시간이 소요되어 컨투어 드로잉 취지에 맞지 않는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컨투어 드로잉이 아니라 퀵드로잉 된 것도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겪으면서 단숨에 40점 정도를 그렸습니다. 스케치 북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A4용지 이면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40점 정도를 한두 시간에 그리다 보니 내가 갑자기 만화작가가 된 느낌, 한편으로 그림 천재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도 단숨에 그릴 수 있구나” 물론 성의 없어 보이고, 이것저것 균형 맞지 않은 면도 많지만 말입니다.

이번 컨투어 드로잉에서 가장 큰 수확은 드로잉의 권태기, 우울한 기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장르를 봤다는 것과 ‘잘 그리지는 못해도 할 수는 있겠다’라는 근거 불분명의 엉뚱한 자신감입니다.


<참조> 휴 프로젝트 https://www.youtube.com/watch?v=L94CA37Og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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