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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Jul 27. 2022

사진 속에 비친 질투

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우리가 함께 있다는 건 일종의 위로, 기쁨, 행복, 안심, 편안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끼리 그렇겠지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우리는 ‘질투’를 만납니다.


드로잉이 좀 되다 보니 주변 지인에게 알려지고 그러다 보니 이거 그려달라 저거 그려달라 부탁을 가끔 받게 되었습니다. 마치 유명화가 작가나 된 듯 우쭐한 기분에 강아지, 고양이 등을 그려주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마추어 연습생 그림의 품질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냐마는 어쨌든 지금까지는 좋았습니다.

<#178>

그런데, 며칠 전 지인의 단체 그림을 주문(?) 받았습니다. 중년 여성 다섯 분이 나란히 앉아 있는 이미지를 그려달라는 것이지요. 돈 받고 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미술 선생님께 모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자문을 구했더니 몇 가지 지침(?)을 주셨습니다. 

첫째, 실제보다 눈을 크게 그릴 것

둘째, 얼굴을 가능하면 가렴하게 묘사할 것

셋째, 인중 및 주름은 가능하면 없애거나 흐리게 그릴 것 등입니다.

한마디로 실제보다 예쁘게 그려주라는 뜻이지요.


원본 자체가 흐린 사진이라 디테일 묘사에 어려움이 있어 일부는 상상으로, 그러나 예쁘게 묘사하려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돌아올 칭찬에 잔뜩 기대하면서 그림을 전송했는데,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잘 그려줬는데, 나만 왜 이상하게 그렸냐”라는 불평의 소리입니다. 다섯 명 각자의 반응이 그랬습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다소 생뚱맞고 속이 상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소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여럿 사진 속의 자기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과거 단체 사진을 한 번씩 볼 때면 구석에 점처럼 박혀있는 나를 겨우 찾아내서 포즈 하나하나 분석하곤 했지요.

 ‘눈은 감았나, 고개가 삐뚤어졌나, 멋있는 포즈인가’ 등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저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아마 이런 경험이 한두 번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려준 다섯 분은 모두 자기만 자세히 보고, 다른 이들은 대충 보다 보니 자기가 가장 어설프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전부 또래 친구들이 자기 얼굴 바로 옆에 그려져 있으니 다소의 비교나 질투심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딱 한 사람씩만 한 화면에 담았다면 그런 평은 없었을 테지요.

위키백과에 의하면, 질투(嫉妬, 영어: Jealousy) 또는 시기(猜忌)란 ‘다른 사람이 잘 되거나 좋은 상황에 있을 때 미워하는 것이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감정입니다. 연필 드로잉에서 디테일도 없는 스케치 수준의 그림인데도, 자기 얼굴은 현미경 보듯 크게 확대해 보고, 다른 이의 얼굴은 주마간산 대충 보니 차이의 감정을 크게 느끼는 것입니다. 


역시 초보 작가의 경험 부족과 자만심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단독 이미지는 그리겠지만, 여러 사람이 한 화폭에 같이 나오는 그림은 가능하면 삼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들 속에 잠재한 '질투'라는 속살을 들추어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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