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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나도 모르게 운동장이 통째로 바뀐다면?

이직의 본질과 전략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 뉴스를 통해 합병 소식을 들었다 “ 2023년 6월 14일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이자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인 욘 람(스페인)이 한 말이다. 6월 초 PGA투어와 LIV 골프는 예고 없이 합병을 발표했다. PGA투어를 대표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선수들도 이 사실을 발표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PGA 투어의 최전방에서 LIV 골프를 비난해 온 매킬로이도 "프로 골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나는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유명인사들에게만 일어날까? 보통 사람인 우리들에게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림=최송목

나도 살다 보니 어쩌다  21번씩이나  이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자의로만 21번을 채운 건 아니다. 그냥 살다 보니 자의 타의 뒤섞여 그렇게 된 것이다. 어쨌든 회사가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안전하고 안정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몇이나 있을까? 회사는 마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움직이는 배와 같아 늘 흔들리고 위험에 직면한다. 그런 불안전한 배에 몸을 싣고 있는 우리 개인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고 실제로 정년을 채우는 퇴직자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한 직장에 오래 있기도 어렵거니와 그러려고 해도 맘대로 되지도 않는다. 회사가 망 할 수도 있고, 경영상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인간관계 문제로 인해서 오래 머물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옮겨 다닐 수 있는 능력만 된다면 계속 옮겨 다니는 시대다. 과거 직장인의 상징이었던 한 직장 붙박이 정년퇴직은 이제 구시대 천년기념물 같은 유물이 되었다. 실제로 《지금 힘든 당신, 책을 만나자!》의 저자이자 15년 차 직장인인 황상열 작가는 지금까지 10번 직장을 옮겼는데 거의 회사가 망하거나 폐업으로 이직한 경우라고 했다.  


나는 공식 기록상(고용보험가입 기준)으로 15개 회사, 중복 근무 합해 21개사 정도를 옮겨 다녔다. 전체 38년 긴 사회생활을 놓고 보면 그리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다. 한마디로 ‘꾸준히’ 옮겨 다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동안 말단 직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이사, 감사, 대표이사/CEO, 사장, 사외이사  등의 직급/직함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무려 31개의 자격 또는 전문가로 위촉을 받아 경력이 쌓였다. 그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살기 위해 취득한 몸부림의 결과물들이다. 시험을 통해 취득한 것도 있지만 위촉된 경우도 있다. 자발적으로 이직, 어쩔 수 없는 이직이 뒤섞여 있다.


나도 모르게 운동장(판)이 통째로  뒤집어진면?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팔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길 가다가 물 뒤집어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황당한 경우다. M&A가 진행될 때에 직원들에게 사전에 미리 알려주는 친절한 회사는 없다. M&A의 핵심이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나는 기분 나쁘다. 언제는 충성하라고, 열심히 일하라고 내몰더니 지네들끼리 팔아버리다니!


어쨌든, 취업시장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쟁사의 핵심 인재 위주로 스카우트하던 기업들이 요즈음은 아예  해당 회사 자체를 몽땅 사버리는 방식의, M&A로 경향이 바뀌고 있다. 인재와 기술, 고객, 회사의 보이지 않는 경험까지도 턴키(turnkey) 방식으로 인수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기업의 전략 변화는 소속 직원에게도 적잖은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몸을 싣고 있는 배가 어느 항구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미리 가늠하고 있어야 한다. 또, 어떻게 이 상황을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발상 지혜도 필요하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처음부터 대기업을 가야만 좀 더 많은 성장과 기회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유망 중소기업, 스타트 기업에서 시작하여 전문영역 확보와 경험을 쌓고 있다가 M&A를 기회삼아 능력을 검증받고 대기업 자회사 임원으로 자리 잡는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몸담고 있는 이 회사도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가정을 하면서 출근해야 한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배가 언제 뒤집어질지, 혹 뱃전에 물이 새고 있지나 않은지, 엉뚱한 항구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 선장에게 발로 걷어차여 바다로 던져질지 안심할 수 없다. 흔들리는 배, 함부로 믿고 졸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름만 큰 회사, 허울만 조직일 뿐 그 신세가 개인인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회사 생존전략이 있는 것처럼 나도 나름의 생존 전략이 있어야 한다. 늘 구명조끼와 배낭을 꾸려놓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젊을수록, 힘이 남아 있을 때일수록 그렇다. 지금 우리는 빠른 속도의 시대변화로 정착이 어려운 유목민 시대가 되었고, 언제던 유랑자가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한마디로 이 시대는 이직을 권하는 사회다.

 

억지로 견딜 필요 있을까?

한국 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첫 일자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50.2%는 처음 취직한 직장을 1년 안에 그만뒀다. 1년 이상 2년 미만 다닌 이들은 18.9%, 2년 이상 4년 미만은 18.7%였다. 첫 직장에서 4년 이상 버틴 이들은 12.2%에 불과했다. 황광훈 한국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상당수 청년 취업자는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임금 및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직을 경험한다"라고 했다.    

한국 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첫 일자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50.2%는 처음 취직한 직장을 1년 안에 그만뒀다. 1년 이상 2년 미만 다닌 이들은 18.9%, 2년 이상 4년 미만은 18.7%였다. 첫 직장에서 4년 이상 버틴 이들은 12.2%에 불과했다. 황광훈 한국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상당수 청년 취업자는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임금 및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직을 경험한다"라고 했다.    


직장인에게 퇴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억지로 견딜 필요가 있을까? 나이 든 형, 꼰대 어르신네들이 흔히 말하는 ‘견뎌라’,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라는 말들에 너무 매이지 마라. 인내심을 쓸데없는데 쏟으면 가슴에 응어리진다. 불만은 표출하되 불만의 방향을 잘 잡는 게 핵심이다. 전 세계에서 2500만 부나 팔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 원제-The Gift of Acabar』의 저자 오그 만디노(1923∼1996)가 말한 것처럼 “문제로부터 숨는 것”처럼 바보는 없다.


지금은 노동 유랑민 (labor nomad) 시대다. 이직을 넘어 노동 유랑이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시중에는 체계적인 이론을 다룬다거나 변변한 가이드북 없이 음성적으로 쉬쉬하면서 상담한다. 회사 옮기는 게 무슨 범죄인가? 우리네 동양 문화권에서 아직까지는 ’ 이직‘은 조직에 대한 배신이나 부정적인 의미로 비치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죄인 아닌 죄인으로 숨어서 이직을 준비해야 하나? 이제 음지에서 나와 당당히 양지에서 가슴 펴고 ’ 이직‘을 이야기해 보자.

 

누구와  상담하는 게 좋을까?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이직에 대한 문제를 누구와 상담하는 게 가장 좋을까? 선수(프로)와 상담은 게 좋겠다. 이직은 아빠, 엄마, 친구, 고향 학교 선배, 친한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담 적임자는 그 해당 회사 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을 찾기는 힘들 터이고 그게 아니라면 비슷한 회사(업종, 매출 규모, 조직 크기) 다니는 선후배를 수소문하는 게 좋겠다. 친한 사람보다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장 근접한 실무자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필요하다면 유료상담이라도 불사해야 한다. 나이, 경력, 경험이 비슷할수록 좋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장 최악이 아빠, 엄마, 친구, 고향 학교 선배, 친한 사람과 상담하는 것이다. 알리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나 정보 의존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가족 중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인물이 있다면 최상이다. 대체로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당신의 아픈 상처를 달래 줄 따뜻한 솔메이트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당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 없이 진단하고 가이드해 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불만의 방향을 잘 봐라,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조금 늦더라도 방향이 중요하다. 너무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목적을 잃는다.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직장인이 정년을 끝까지 다 채우면 정년퇴직이고 중도에 퇴직하면 이직이다. 이직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거나 구조조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회사를 옮기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직은 스스로 ‘선택하는 이직’ 중심으로 다루겠다.


 이때 이직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발전 움직임이다. 자기 주도적 인생 변화 추구다. 그런 면에서 좀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책임은 내가 지기로 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끓어오르는 불만이나 새로운 세계(새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풀어갈까?


 막상 이직하려면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표를 던지는 시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의 마무리, 회사를 뒷배로 개인 신용 대출해 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부인(남편)과도 상의도 해야겠고 그동안 신세 졌던 선배 동료와의 관계도 살펴야 하는 등 아무튼 생각할 게 너무너무 많고 머리도 복잡하다.


이럴 때에는 업무 하는 것처럼 종이에 하나하나  나열하여 기록해 놓고 한 개씩 실타래를 풀면서 짚어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다.  한꺼번에 풀려고 하면 일이 꼬인다. 세상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도 결국  0과 1의  조합이다. 복잡하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차근차근 접근해 보자.


<참고>

1. 정원엽,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683190

2.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520963?lfrom=kakao

3.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53537.html

4. 최송목,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 유노 북스, 2021

5.  https://news.sbs.co.kr/news,  https://www.hankyung.com/golf

6. https://www.hankyung.com/golf/article/20230614807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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