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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까짓 거, 프리랜서로 살아볼까?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프리랜서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휴가를 떠나는 환상적인 삶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프리랜서를 꿈꾼다. 이런 환상이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직장인 A는 공기업의 유능한 사원이었다. 서울이 집인데 근무지가 나주(전남)라 거주에 다소의 불편이 있었고 9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던 직장이었지만 급여도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2년 남짓 직장 생활에서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도 익숙해졌고 업무능력에서도 인정도 받고 자신감이 붙었지만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아 지난해 겨울 자유와 희망을 찾아 퇴직했다.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잠도 실컷 자고 마음대로 시간도 선택하여 사람들을 만나며 ‘자유’를 만끽했다. 퇴직 소식을 접한 주변 덕분에 한 달쯤 지나서부터 일거리도 들어오고 대학 시간강사 요청도 왔다. 빠른 시간에 기본적인 먹거리는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즐거운 프리랜서도 잠시, 아직은 프리랜서 초보이고 밀려오는 일들을 골라잡을 수 없는 처지라 요청 오는 대로 수주하다 보니 본인 스케줄이 꼬이기 시작했다. 행여나 거절하면 일감이 들어오지 않을까 봐 거절 못하고 무조건 받다 보니 밤낮없이 일하는 일벌레로 전락한 것이다. 당초 꿈꿨던 프리랜서의 ‘자유’는 날아가고 몸만 프리랜서이지 마음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상전(갑)을 모시는 갑들에 둘러싸인 꼴이 되었다. 수입도 아직 초보단계라 여러 종류의 건을 동시다발로 처리하다 보니 몸만 고달프고 당초 기대만큼의 큰 수익은 없다.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A와 같은 프리랜서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아직 숙련되지 못한 초보 프리랜서도 있겠고,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생계형 프리랜서도 있고, 하나의 갑에게 나의 일정을 전부 맡겨야 하는 외줄 타기 프리랜서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직장이라는 ‘조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자유로운 몸과 일’을 찾아 나섰는데 오히려 더 힘든 동굴에 던져진 것이다. 프리랜서라는 이름표만 달았을 뿐 ‘갑의 굴레’에 있기는 매한가지인 ‘껍데기’ 프리랜서들이다.


“차라리 조직 내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어진 작은 자유를 구가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이런 후회감도 있을 것이다. 좀 더 큰 자유를 찾아 나섰다가 간판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그다지 변화가 없는 삶을 누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탈출 후 After에 대한 전략 부재, Next에 대한 전략 부재,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에 연연한 나머지 실제 프리랜서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닐까? 자유에 대한 강한 욕망이 미래 혹독한 현실을 가려버린 것이다. 프리랜서로서 미래 프로세스에 대한 전략의 대비가 부족했을 수도 있겠고, 앞으로 상대할 파트너(갑)들에 대한 범위나 대상도 쉽게 어림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직만 벗어나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이로니컬 하게도 이런 경우 대부분은 그가 상대해야 할 업무 파트너는 정해져 있다. 그가 뛰쳐나온 바로 그 회사다. 소위 “뛰어봐야 벼룩”이다. 이때 프리랜서는 몸만 프리(Free) 일뿐이다.    


위의 사례와 같이 어설픈 자유 추구(프리랜서 선언)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계획 없이 ‘욱’ 뛰쳐나오거나 자신이 가축인 걸 모르고 마치 야생동물인 줄 착각하고 우리에서 뛰쳐나오면 결말은 비참하다. 가축은 노력하지 않아도 때 되면 밥이 나온다. 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문제는 자기가 가축인 줄도 모르는 부류다. 특히 확실한 울타리에 있는 동물 말고 사파리처럼 어중간한 구속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뛰쳐나온 가축들이다. 가축은 보이는 울타리 외에 보이지 않는 보호장치가 여럿 있다. 자연에서는 천적으로 자연스럽게 개체 조절이 되지만, 사파리에서는 관리자가 통제하고 동물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사실 마음까지 Free를 구사하는 진짜(Real) 프리랜서가 되려면 퇴직 전 계획도 잘 짜야 되겠지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실력이다. 최소 한 가지 부문의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면 최상급의 프로여야 한다. 그 기능이나 직무에 있어서 디테일과 전체 공정을 한눈에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실무만 잘 알고 전체 공정을 파악하지 못하면, 기능인으로 자리 잡는 데는 별문제가 없겠으나 수익추구나 판도(산업전체) 변화에는 유연성이 떨어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뼈 빠지게 일하고도 남는 게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전체 판세(트렌드)를 읽지 못함으로 인해 엉뚱한 일에 열심히만 일하다가 자신이 왜 망하는지도 모르고 망하는 것이다. 결국 1인 비즈니스지만 경영의 전체 흐름을 알고 있어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수익구조의 빈 곳을 찾아내는 안목이 있어야 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본질은 한마디로 자유와 고소득이기 때문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을 때에는 조직이라는 거인의 그림자에 가려지거나 수많은 모자이크 중 하나로서 있는 둥 없는 둥 당신의 존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독립된 기능의 당신 주변에는 당신의 (능력, 신뢰 등)을 지켜보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눈과 甲들이 있다. 그들은 직접, 간접의 소문과 평판으로 당신을 평가하고 이 일을 “맡겨도 될까? 말까?”, “파트너로 적당한가?”를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저울질은 ‘당신 또는 다른 선택’의 ‘All or Nothing’뿐으로 타협이 없다. 단 한 번의 기준과 선택으로 당신의 비즈니스 업무량과 수주범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프리랜서는 들판에 홀로 놓인 존재다.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지만, 역량에 따라 연약한 토끼가 될 수도 있고 배부른 치타가 될 수도 있다. 잘하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고소득자가 될 수 있지만, 자칫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과 그들의 평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원청, 발주자에게 성실과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뢰를 쌓아가야 하고 태도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적당한 균형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 늘 긴장해야 하는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게 울타리를 뛰쳐나온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1인 CEO”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누리는 자유와 생존을 위한 긴장감이 동시에 부여되는 것이다. 자유와 풍요에는 항상 치러야 할 등가의 대가가 있다.     

그림=최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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