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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단순직이라고 쉬울 거라 착각 마라

이직의 본질과 전략

이직할 때  화이트칼라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지나친 자만심이다. 즉,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흔히 하는 말이 “ 빵집이나 차릴까?”, “치킨집이나 해야지”,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짓지 뭐”, “경비나 하지 뭐”, “대리운전이나 하지 뭐”... 등이다. 소위 말해서 “ ∼이나 하지 뭐”다.

천만에 만만에 착각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일, 그런 직업에도 그 나름대로의 텃세와 기술이 있고 노하우로 다져진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 사무실에 편안히 앉아 있었으니, 들판의 비바람을 견뎌온 그들의 척박한 환경과  생존법칙을 미처 보지 못했을 이다.


한식집. 치킨집, 주점, 분식집, 커피점이 쉽게 생기고 쉽게 망하는 것은 퇴직자들이 그만큼 음식점이나 주점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낮고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고객층이 있다는 장점이 그런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치킨전문점 창업 후 2.7년 이내에 휴업, 폐업했고, 창업 10년 이후 최종 생존확률은 20.5%에 불과했다.    

출처 : 팍스 경제 TV(http://www.paxetv.com

당신이 만약 욱하는 마음으로 쉽게 그런 일을 택한다면,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니라, 더 큰 고난의 길로 들어 선 것이다. 가까운 지인 중 대리 운전하는 분이 두 사람 있다. 둘 다 모두 사업하다 쫄딱 망해서 대리운전을 하게 된 경우다.


❶ A는 고생도 많이 해보고 사업 과정에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납품한 경력도 있어 나름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저녁 5시 정도부터 일 시작하여 밤 1시까지 7∼8시간 일하고 평균 15만 원 번다. 부지런하고 눈치가 빨라 시간을 연장하거나 운이 좋으면(팁) 25만 원 벌 때도 있다고 한다.

❷ B는 광고업으로 돈을 벌어 2000평 폐기물공장을 운영했던 분이다. 을 입장의 영업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사업이 망하고 대리운전이 쉬울 거라 뛰어들었는데 A보다 일하는 시간은 많지만 10만 원이 최대치다.


사실 A에게는 영업비밀이 있다. 그는 대리운전에도 돈 버는 노하우가 있다는 걸 깨닫고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다. 예컨대, 3Km 반경 이내의 가까운 지역위 주로 콜을 잡고, 스쿠터로 이동함으로써 이동시간 단축과 동선을 짧게 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공개한 대리운전 노하우 중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단순 반복 업종도 나름대로 현장의 숨은 노하우가 있다. 모든 일, 직업에는 달인이나 고수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기술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별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작은 노하우 미세한 기술력의 차이가 B는 200만 원, A는 500만 원으로 2배 이상 수입의 격차를 벌려놓는 것이다.  그는 최근 '대리운전으로 월 500만 원 벌기'라는 주제로 출간도 준비 중이다.


이 세상 모든 전문직은 처음에는 단순직이었다. 좀 더 관찰력 있고 좀 더 열정적인 사람들이 이런 단순직을 전문직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든 일이 전문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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