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사람들이 최고 지도자를 부르는 말이다
님을 붙이는 이유는
겁나서 아니면 아부 존경 셋 중 하나다
공식석상에서는 연극배우보다 페이크 완벽하다
눈빛 목소리 톤 몸짓까지 '님'에 힘을 준다
'님'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날 것처럼
근데 서민들이 그를 말할 때는 ‘님’을 뺀다
술자리 간 부풀어 오를 때는 소리 질러 님을 떨구어 낸다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다 말다
급기야 한 발짝 더
내 새끼 부르듯 부른다
본 적 없고 풍문으로만 들었던
죽은 대통령, 철 지난 대통령들도 소환된다
어느새 개와 사람이 뒤엉켜 우린 친구가 된다
사람들 불편한 대화에는 꼭 우리 개를 초청한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친구 친척이 된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자기 아버지는 극 높이면서
남 아버지는 왜 그리 까 내릴까?
정치하는 사람 높은 분들
눈앞에서는 굽실굽실 쪽도 못쓰면서 말이야
난 궁금하다
대통령님은 자기 이름에 ‘님’이 빠져 돌아다니는 걸 아실까 모르실까
대통령님 주변에는 전부 ‘대통령님’이라 부를 테니 아마도 모르실 테지
그래도 눈치가 있으니 알지도 몰라
하기사 뭐 알아도 별 수 없긴 해
사람들 언어는 너무 복잡 어려워
유리창 밖 세상과 안 세상의 언어가 달라
우리 개들은 ‘멍멍’으로 집 안팎이 똑같아
기분 나쁠 땐 차라리 이 단어는 어떨까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때 쓰는 말 ‘거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