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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Feb 17. 2023

2. 나에게 글 쓰기란 무엇인가?

사장의 책 쓰기

나에게 글쓰기란? 

자기를 글로 드러낸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 부끄러움을 동반한다. 생각을 속으로 쌓고 뭉쳐두면 발산하고 싶고, 그렇다고 지망지망 쓰고 나면 후회되는 게 글쓰기다. 나름 잘 쓴 글쓰기라 할지라도, 언어라는 게 정확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표현된 표현이 일치하지도 않는다. 국어사전에 있는 것과 내가 표현하는 감정과 받아들이는 독자의 3자간 느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 같은 이는 번역을 비판하며 가급적 해설서도 참고하지 말고 그 나라 언어를 배워서 원서를 볼 것을 강조했다. 물론 이것은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다.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의 많은 표현들이 '언어의 보편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난무하고  그런 현상을 인식하면서도, 차선으로  대강의 감정 전달만으로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글쓰기는 또 다른 나와의 대화다

나에게 글쓰기는 내속에 꿈틀거리는 뜨거운 마그마를 꺼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설레면서도 두렵고 때로는 용기가 필요한 내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또 다른 나와의 대화 과정이다. 이를 두고 ‘우치다 다쓰루’는 내적인 타자와의 협동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풍부한 내적 타자를 갖추고,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과거 썼던 글을 보고 "과연 내가 이 글을 무슨 마음으로 썼던가?", “뭐지?” 하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잘 썼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고, 감추고 싶기도 하고, 고치고 싶고, 후회도 되고, 한계도 느낀다. 내가 쓴 글을 한참 지나 다시 보는 시간은 또 다른 타자인 내 안의 내가 시간을 지나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평가하는 일종의 검열이고 고문이고 평가에 대한 두려움의 시간이다. 


그래도 글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나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끝없는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궁금해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조금만 정신줄 놓으면 잘 알 수 없는 존재다. 나는 항상 내속의 나와 인연이 끊어질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때 두 개의 나를 이어주는 것이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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