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책 쓸 준비가 덜 되었어요

사장의 책 쓰기_쓸데없는 걱정 3가지

by 최송목

매일 좋은 말, 좋은 글을 스크랩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아침 신문 보다가 좋은 글 있으면 메모하거나 가위질하여 오려두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 지금도 그 버릇 못 고치고 있다. 왜냐고? 물으면 나중에 "언젠가" 써먹으려고 그런다고 한다. 필시 자기 스스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의 콘텐츠를 수집하면서 글 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분명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언젠가’ 책을 내고 싶어 갈구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막상 책내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늘 자신도 모르는 기약 없는 ‘언젠가’로 계속 진행형 미래로 끝날 수도 있다. ‘언제가’라는 말은 말 그대로 기약 없는 무한의 미래다. 차라리 기한을 콕 집어 정하면 몰라도 그런 '언젠가'는 오지 않고 마감될 수도 있다. 자신 스스로도 확신 못하는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한편, 쭈뼛쭈뼛하다가 세월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매일 원고를 쓰고 다듬고 있는 사람이다. 한 번도 시장에 출품된 적 없는 글들이다. 그는 필시 사람들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이다. 혹시 이 글이 나가고 나서 듣게 될 뒷 담화나 댓글이나 남들의 비평을 염려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몇 자 끄적이다가 메모상태로 던져두거나 일기장 한편으로 숨어버린다. 글을 숨기고 살아서는 살아생전 글을 썼다는 말을 들을 수도 없고 평가가 없으니 문장력도 더 이상 늘 수 없다.


좋은 구절의 신문이나 잡지를 오리거나 사진을 찍어 둔 스크랩 뭉치가 책꽂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문제는 그러고 난 뒤다. 그렇게 오려둔 글을 다시 볼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몇 안 된다. 언젠가 보기는 보지만, 거의 안 보고 그냥 묵히는 글이 더 많다. 어느 자료가 어느 뭉치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기도 힘들다. 한마디로 실용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제 시대도 변했다. 좋은 문장, 멋진 칼럼이 있으면 오려서 스크랩하고 모아두는 구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이 시대에 그렇게 모아둔다 한들, 나중에 어떻게 찾을 것이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금 젊은 작가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당신은 주머니에 돌을 넣고 투석전에 대비하는 것과 같다. 데이터저장, 검색 방법, 속도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장 글 쓰는 장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가위부터 치워라. 돌대신에 기관총 다루는 법부터 배워보자. 그리고 어정쩡하게 준비만 하다가 세월만 보낼 수는 없다. 죽을 때까지 준비만하다가 한 줄도 못쓰고 죽을지도 모른다. 공은 일단 차 놓고는 것이다. 준비는 공을 쫓아가면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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