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에 잘못된 믿음 3가지

사장의 책 쓰기

by 최송목

나에게도 글쓰기, 책 쓰기를 망설일 때가 있었다. 특히 '나 혼자' 쓰다가 말다가 읽고 넘겨 버리는 일기정도는 그럭저럭 쓸 수 있었지만, 남들에게 노출되는 기고문, 칼럼, 책발간은 '이런저런 믿음/확신'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시절이다. 요약하면 대략 세 가지 정도 잘못된 믿음이다.


첫째, “저... 이공계 출신인데요 “라는 지레 포기의 믿음이다.

흔히 글쓰기, 책 쓰기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다. 바로 ‘출신‘ 핑계다. 나중에는 점차 핑계를 넘어 믿음과 확신으로 고착된다.


“책 한 번 써보시지요 “라거나 ”글 한 번 써 보시지요 “라고 하면,

“저는 이공계 출신인데요...”

"저는 이과 자연계 출신이라 글이 잘 안 돼요"


과연 그런가? 나는 그런 분들에게 감히 질문하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이공계였어요?"


당연히 모태 이공계는 없다. 수능 성적, 주변 권유 등 어쩌다 선택한 4년 공부가 전공으로 굳어졌을 뿐이다. 20년, 30년, 40년을 살면서 고작 4년 전공으로 나를 규정하고 꽁꽁 묶어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가벼운 굴레를 엄청난 울타리로 착각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참고로 나도 고교는 자연계, 대학은 이공계 출신이다. 대학은 전산과, 직장에서는 프로그래머, 그 후 경영자로 글쓰기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 그렇다고 유아, 유년시절 글쓰기로 재능을 발휘한 적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동안 백일장, 글짓기, 소규모 대회조차 출전이나 입상한 적도 단 한 번 없다.


나는 소위 말하는 외적 자격이나 출발점으로 따지자면 애초에 글쓰기와는 담쌓은 사람이다. 그래서 쓰지 말아야 하나? 주저해야 하나? 그런 논리라면 국문학과 출신이나 전문 작가분들 같은 소위 ‘성골’들만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글쓰기가 특정 영역의 전문분야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레짐작이고 자격지심이고 엄청난 편견이다. 그래서 다들 쉽게 글쓰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타고 난 작가가 없듯 타고난 이공계도 없다.


아직도 마라톤 출발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출신 자격과 유니폼, 신발 성능을 논하며 웅성대고 있다. 나는 그런 틀을 깨고 싶다. 공학도이던, 학벌이 낮던, 글재주가 있던 없던,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살아가면서 간판이나 출신으로 자신의 능력을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특히 글쓰기는 그렇다. 볼펜만 있으면 된다.


둘째,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닐 것이다”라는 자격지심의 확신이다.

‘누구나 쓰고 싶어 하지만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닐 것이다"라는 자기 불신에 기인한 확신이다. 앞 글의 ’ 이공계 운운‘이 출신이라면 이번에는 본인의 현재 직업이나 능력에 기인한 부정이다. 전문직 종사자, 사회 지도자, 사장, 회장, 주부, 일반 직장인 등 현재 하고 있는 직업에 상관없이 과연 아무나 쓰는 게 맞는 말일까? 그중 누구는 가능하고 누구는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누구나 가능하다.

실제로 아무나 쓰고 있잖은가?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인 사람들에는 보험설계사, 간호사, 자장면 배달부, 군인, 정치인, 의사, 판사, 변호사, 경찰, 보일러공, 경비, 운동선수 등 직업 귀천이나 구분 없이 골고루 분포한다. 100세 넘은 김형석 교수도 썼고 나이 어린 초등학생 김인정(모녀탐험대, 일본으로 떠나다, 2006)도 썼다. 요즈음은 누구나 책 쓰는 저자 시대다. 무슨 물리학, 로봇공학, 천문학, 바이오 등 고도의 전문적인 글은 다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아가 중졸, 중퇴, 무학 등 학벌, 잘 쓰고 못쓰고의 문장력 이런 건 책 내는데 아무런 장애요소가 아니라는 게 여러 가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최근 사례로 2023년 2월 현재도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8개월 간 본인의 연설을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라는 책으로 연설문집을 출간했다.


또 미국 플로리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헤일리 모스(28)는 3세 때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았지만, 15세 때 《자폐 스펙트럼 10대 소녀의 경험들》이라는 책을 썼고 2019년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모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우는 전쟁통에 한가하게 글 쓸 정신줄이나 있을까 의심되는 경우이고, 변호사 헤일리 모스의 경우는 통상 책 쓸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결론적으로 아무나 책을 쓸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누구나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셋째, “엄청난 문장력이 있어야 쓸 수 있을 거야"라는 과도한 기대치 설정의 믿음이다.

물론 수긍이 가는 말이다. 아무래도 글재주가 있으면 글 쓰는데 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박경리의 "토지"처럼 강력하고 화려한 문장력이 콘텐츠를 더욱 빛내고 끌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라면 문장력 부족을 거뜬히 넘어설 수 있다. 전문작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문(非文) 일지라도 큰 문제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학벌순, 지식순이나 문장력 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묘한 것이 베스트셀러 순위고 책의 인기다. 하찮은 직업, 별로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면서 평소 들어보지 못한 자기만의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공통점은 보통의 주제로 만든 ‘유니크’한 이야기다. ‘유니크(unque)’라니까 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자기 이야기를 글로 적은 것뿐이다.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그렇게 느끼고 표현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을 테니까. 그게 내가 말하는 유니크다. 쉽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책을 쓰려면 3가지 정도의 요소가 필요하다. 지식, 논리, 시대흐름에 대한 통찰이다. 하지만 지식이나 논리보다 콘텐츠의 시대흐름만 맞아떨어져도 충분히 먹히는 세상이 되었다. 관심거리, 유행하는 이야기, 독특한 이야기라면 문장이 다소 어눌해도 사람들이 금방 알아본다. 일반인들의 지적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내용만 괜찮다면, 출판사 편집진이 "윤필"을 해서라도 출판하려 할 테니, 결론적으로 저자의 부족한 필력은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세상에 나온 책들 중에는 이류 삼류 지식, 상식, 비전문가 등 소위 마이너들이 내놓은 많은 베스트셀러 책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 책들의 특징은 내용의 깊이도 문장도 별로인데 단지 시대흐름을 잘 읽고 거기에 유니크함을 더하여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글재주, 문장력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문장력이 다소 부족해도 충분히 글쓰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데 한 가지 더 첨언하겠다.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말을 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모방과 연습을 통한 숙련이다. 대부분의 글은 천부적인 소질이 아니라 훈련의 결과다. 좋은 글이나 명문장도 훈련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흙속에 묻힌 다이아몬드도 닦아야만 빛나지만, 그냥 무두질 돌도 닦으면 빛난다. 다이몬드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나름 빛난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각자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글쓰기의 출발점도 바로 각 개인의 고유 가치에서 출발한다. 다이아몬드가 그 희소성 때문에 가치를 발하듯 당신의 글도 그 고유의 스토리 때문에 빛날 것이다.


한편, 글 쓰는 사람들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 글쓰기’ 즉 자기 글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참 좋은 고집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 다른 한편으로 자기의 글이 누구의 조력 없이 좋은 글, 좋은 문장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즉, 온전히 자기 완성품으로 세상에 보이고 싶은 것이다. 속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는 싶지만, 누구의 조력을 받아 책을 썼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종의 불명예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조금 모자라도 내가 직접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의 생각을 나의 손으로’라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시작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쩌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좋은 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극소수 일부 천부적인 재능자 외에는 대부분은 그렇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요즈음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글쓰기, 책 쓰기 선생님 코치가 여기저기 기다리고 있다. 관련 참고할 책들도 수십 권씩이나 서점에 깔려 있다. 본인 의지만 있다면 자존심을 지키면서 얼마든지 충분히 스스로 글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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