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책 쓰기
책을 쓰면서 또는 당신이 세상에 책을 내고 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출판 후 곧바로 인생역전, 성공 티켓을 거머쥐는가? 출간으로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부인가 명성인가? 보람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다른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생에서 뭐라도 달라지는 게 있을까?
부와 명예 그런 거 아니라도 달라지는 게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흔히 기대하는 그런 지점에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당신의 내부가 달라질 것이다. A가 글을 쓰고 책을 쓴다 해서 A가 A’된다거나 B가 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속성이 글 하나 책 한 권 썼다고 바뀐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리될 리가 없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지만 기대하는 지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그동안 불투명했던 자신의 내부가 조금은 투명하게 보일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책 쓰기는 결과에 따른 보상보다는 '책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깨달음이 많은 것 같다. 책을 쓰면서 생각하고, 정리하고, 반성하고, 상상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기 관찰과 사고 수준을 높이고 심화해 가는 과정에서 타자화 즉, 자기 객관화로 시각의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변화라기보다는 세상을 보는 눈과 자신을 보는 눈의 위치와 각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역설이지만, 책을 쓴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내심 기대하는 ‘책이 많이 팔려’ 돈으로 연결되는 기대와는 좀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책을 출간했지만, 극히 일부 저자만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을 벌었을 뿐이다. 한 여름에 윈드서핑을 배우러 갔다가 어떤 이는 윈드서핑을 잘 타는 사람이 되고, 어떤 이는 선수가 되는 사람도 있다. 또 일부는 윈드서핑보다는 바다냄새와 풍경에 빠져 바닷가에 정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타지는 못해도 타는 즐거움 자체에 매료되어 바람만 불면 바다로 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쓰는 분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열심히 쓰라, 책을 내는 단계까지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그 이후는 ‘진인사대천명’이랄까 그냥 세상 흐름에 맡기라고. 한여름 윈드서핑하러 가는 기분으로 하라는 것이다. 너무 베스트셀러, 돈, 명예를 목표로 책을 쓰다 보면 글 쓰는 ‘기능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최상의 희망사항이다. 다음은 글 잘 쓰는 작가로 만족하는 것이다. 나의 뜻을 세상에 알린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상의 생각을 글로 풀어나가는 ‘생활 글쓰기인’이 되는 것이다. 글 쓴다는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다. 잔뜩 긴장하거나 눈에 불을 켜고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힘 빼고 여유롭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