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본질은 독자에 대한 경의다
사장의 책 쓰기
내가 주장하는 생각과 독자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은 별개다. 전달하려는 의욕이 과하면 독자가 외면할 테고, 독자의 눈높이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배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나의 생각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글이 인기가 있을까? ", "이렇게 쓰면 좋아하겠지", "베스트셀러가 되어야지"로 지나치게 예민하게 잘 보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갈길을 잃을 수 있다. 길을 잃지 않을 만큼 적당한 선까지만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 책의 목적은 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배려도 나의 주장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글은 배설인가? 독설인가? 지식을 자랑하는 것인가? 교훈인가? 누군가에게 줄 선물인가? 읽어 줄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감정만을 쏟아내면 그 글은 배설이 된다. 나아가 그 배설에 원망과 미움이 깃들면 독설이 된다. 독설이라도 그나마 논리가 정연하면 읽히겠지만 단순한 배설은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다작은 조심스럽다. 글 쓰는 시간이 짧으니 사색의 깊이가 아무래도 적을 것이고 최근 쓴 글들과의 중복성도 피하기 어려운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 그냥 쏟아내는 잡설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읽어 줄 사람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글이 통상 우리가 말하는 좋은 글이다. 독자와 공감 스킨십이 많은 글이다. 물론 발간전이니 당연히 가상의 독자와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읽어 줄 사람을 찾아 나서고 독자의 구미에 맞추는 것이 프로 작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대중과 시대정신에 영합하게 되면 3류 작가가 되는 것이고, 너무 멀어지게 되면 그 냥 책 한 권 낸 "나 홀로" 작가가 된다. 한마디로 그 시대 대중과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정도와 책의 콘텐츠 품질에 따라 인기의 높이가 결정된다.
흔히 가장 이상적인 좋은 글은 세상 사람들에게 뭔가 유익을 주는 선한 메시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글쓰기의 목적에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성경이나 경전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간혹 글을 쓰다 보면 자기 도취되어 설교조로 흐르는 글을 본다. 과연 요즈음 시대에 순순히 설교나 교훈을 들어줄 MZ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읽다가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교훈을 주려는 생각은 일치감치 접고 자기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내가 그랬다. 그동안 사장, 리더의 오랜 습관 때문에 쉽게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책에서도 그런 경향이 습관처럼 이어져 글 속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들이 내 글을 보고 지적해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책의 장르 속성상 교훈을 주려는 의도는 어쩔 수 없다 손치더라도 그런 의도를 감출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요즈음 MZ세대나 독자 대부분은 그런 교훈이 가르침에 지쳐있다.
한마디로 훈계를 싫어한다. 평소 생활에서도 그러한데 책에서까지 그런 말투라니, 아무리 하느님, 공자말씀일지라도 당연히 짜증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근 글에서는 가능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등 권유형이나 남얘기하듯 한다거나 순전히 작가 본인의 생각이고 의견일 뿐 “독자 당신이 동의하던 안 하던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다소 방임하는 식의 글투로 쓰고 있다.
글쓰기의 목적은 나의 배설도, 내 지식이나 철학을 뽐내거나 화려한 문장을 쓰는 자랑질도 아니다. 어렵겠지만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라 생각하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 주장을 설득력 있고 간결하게 잘 표현하여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의 타협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그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의 손을 맞잡고 그와 나의 맞잡고 양손을 그의 심장에 살포시 얹는 것이다. 건조하게 보면 나의 의견 전달을 위해 독자의 시간을 사는 행위다. 독자가 시간을 내주는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의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고 아껴 쓰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그의 책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 글쓰기는 백전백패다. 글쓰기의 본질은 ‘독자에 대한 경의’다.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독자를 사랑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