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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Mar 04. 2023

12. 박사 교수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들까?

사장의 책 쓰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박사, 교수, 전문가들이 책을 내면 일반인들 대비 베스트셀러 확률이 월등히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그들 성적은 저조하다 왜 그럴까? 왜 이런 상식이 깨지는 걸까?


하버드대출신으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반열에 있는 최재천 교수는 유학시절 네이처의 논문등재에 세 번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논문 내용이 여왕개미가 다른 종(種) 개미와 힘을 합쳐 천하를 평정하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그가 붙인 제목은 '개미의 종간(種間) 협동과…'였다. 이렇게 괜찮은 논문을 왜 몰라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불평을 쏟아내자, 동료가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이보게  『개미세계의 베네통』처럼 남들이 쉽게 알아보고 친숙한 말로 제목을 붙였어야지...”  한마디로 지루한 제목이라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 베네통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리는 광고로 대중에게 환영받았다. 이처럼 여러 종의 다른 개미가 협동하듯 자기들만의 전문적이고 폐쇄적인 언어에서 벗어나 대중의 친숙한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박사, 교수, 전문가들은 대개 자기들만의 지식과 언어 세계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이다. 가끔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노라면 무슨 외국어 듣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병원에 진료받고 있다가 잠깐 의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는 경우도 그렇다. 영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마디로 알아듣기 힘들다. 그들은 그걸 쉬운 말로 풀어쓰는 걸 불편해한다. 풀어 설명하기에는 너무 자기 전문속성에 치우쳐 있다. 이런 생활습관과 관성에 익숙해 있다가 대중을 상대로 인터뷰나 책을 쓴다면 불통이 되는 것이다. 일반대중을 상대로 설명 설득하려면 지식 전개의 논리도 필요하지만, 감성적인 배려와 친절한 태도가 필요한데 그걸 게을리하는 것이다. 자기 영역에 대한 프라이드, 언어 습관의 관성,  소통의 친절함이 부족한 결과다.


이런 자기들만의 언어에 빠진 집단은 비단 박사, 교수, 전문가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아직도 많은 판결문, 법률용어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가득하다. 쉬운 말로 충분히 전환이 가능한데도 어쩐 일인지 아직도 과거에 박제되어 있다. 그밖에 금융, 관청의 각종용어도 행정편의와 관습에 익숙해 일반인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 허다하다.   


논문은 특별한 주제, 논문형식, 기승전결의 논법에 따라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형용사/부사 거의 사용 없이 서술하는 특징이 있다. 논문에 익숙한 교수들은 정리 요약에 강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데에 일차적으로 유리하지만, 동시에 대중과의 지식 갭(gap)때문에 일반 독자들과 유리되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양면성이 있다.


그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이유,  전문가 집단이 자기 언어 울타리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절박함의 부족이다. 안정된 직업이 있고 갑의 안락함으로 인해 간절함이 덜하다. 운이 좋아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다. 대개는 이력서에 책발간 커리어 한 줄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적 달성하다 보니 그럴 것이다.


전문가의 글이 대중에게 환영받는 글,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글 공개 전에 먼저 전문영역의 폐쇄적 언어에 대한 친절 정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들과 충분히 호흡하는 제목과 목차인지, 내용은 전문용어를 친절하게 잘 풀어쓰고 있는지 등이다. 학술이론 중심의 논문에는 전혀 필요 없는 체크 항목들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의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전문지식을 전달하는데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쓰긴 쓰데 주석을 잘 달고 친절한 마음으로 쉽게 쓰라는 것이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언어로 작성하고 아무 전문지식 없는  친구나 지인에게 모니터링해 봐야 한다. 그들이 먼저 고개를 끄덕여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그냥 혼자만의 유사 논문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친절함이 전문성을 압도하는 경우다. 학문적 깊이로 보나 전문 지식으로 보나 박사나 교수도 아니고 어중간한 전문가인데, 엄청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스타강사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수능 역사강사 출신의 베스트셀러, 음악전공의 유명강사, 저자들 케이스다. 이들은 오직 치열한 열정으로 대중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전문성을 극복한 사례다. 글에도 친절의 힘은 강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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