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송목 Mar 13. 2023

패턴의 승리

칼럼

세상이 단지 실력으로만 되는 걸까? 열심히 일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멍청하고 게으르고 사회성은 낮지만 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불공평한 세상의 풍경 중 하나다. 또 유망기업을 분석하고 투자의 귀재들인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당연히 부자여야 한다 그런데, 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들이 정작 왜 부자가 되지 못할까? 사람들은 곧잘 성공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 자랑하고, 실패는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푸념하는데, 과연 이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주위를 보면 유난히 ‘감’이 좋고 ‘촉’이 발달한 사람, 탁월한 ‘직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논리나 분석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대충(?) 휘두르는 것 같은데도 ‘타율’이 엄청나게 높다. 대체 왜일까? 그들만 알고 있는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이 세상의 성공은 실력일까? 노력일까? 우연일까? 주사위 던지기 같은 운명일까?


살다 보면 우연의 일치나 뜻밖의 행운,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을 종종 경험한다. 때로는 어떤 자석 같은 힘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돌발적인 행동을 하고, 이유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무언가를 선택한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들이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거나, 답답한 현실을 돌파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것을 단순히 ‘운명’이나 ‘타고난 팔자’로 봐야 할까? 혹시 인생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벌어지는 이 같은 일은 과연 진짜 우연일까?


 우리는 가끔  동일한 사고가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거나 같은 사람에게 반복되는 것을 본다. 어제 경기에서 이긴 팀이 오늘도 대개는 이긴다거나, 5년 동안 잘 팔렸던 제품은 올해에도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 어떤 지역에 오랫동안 가뭄이 들었다면 앞으로도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프랙털 기하학자 베노이트 만델브로트(Benoit  Mandel brot)는  이것을 '요셉효과'라 이름 붙였다.


‘요셉효과'는 최근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습성, 즉 지속성이다. 경영에서도 이런 패턴을 적용할 수 있다. 한번 자리를 잡은 패턴은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습관처럼 관성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멈춰 서 있던 수레를 처음 손으로 밀 때는 전력을 다해도 움직이기 어렵지만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수레는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고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학습받고 그리되려고 노력해 왔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갈수록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주어진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 상황, 성별, 인종, 국적이나 지역 같은 '우연'의 결과물 외에도, 살아가면서 많은 '우연한' 일들을 경험하고 목격하게 된다. 우리는 능력, 지능 그리고 노력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의 성공이 우연의 결과인지 능력 때문인지는 검증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이 쌓여서 습관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운명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결정 방식, 생각 패턴의 구조를 집중 관찰하고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미래 우리 운명의 위치를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패턴을 학습하거나 원하는 패턴에 나를 싣는 것이다.


 전설의 권투선수 홍수환의 4전 5기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에서 열린 WBA 주니어 페더급 초대 타이틀 전에서 4번이나 다운되고도 다시 일어나 상대를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최근에 다시 한번 그 동영상을 보았다. 내가 여기서 주목할 장면은  4전 5기 후 그가 날린 KO 펀치가 아니라, 4번을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그의 반사 동작이었다. 그는 상대 펀치에 쓰러졌지만, 매번 고개를 쳐들고 다시 일어났다. 숱한 반복의 훈련에서 의식을 무의식적 동작으로 바꾸고 패턴으로 만든 결과였다. 바로 그 패턴이 그의 4전 5기 승리 요인이다. 주어진 패턴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패턴의 승리다.


<참고자료>

1. 커비 서프라이즈, 박지훈 역, 패턴(Pattern), 쌤앤파커스, 2013  

2. 플로리안 아이그너, 서유리 역,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동양북스, 2018

3. 로저 본 외흐, 박종하 역,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 (주)북이십일, 2004

4. 사장의 품격, 최송목, 유노북스, 2019

<이미지 제공> 통로

작가의 이전글 12. 박사 교수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