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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17. 2023

35. 모방, 인용할 때  찜찜한가?

사장의 책 쓰기

여러분은 남의 글을 모방할 때 죄스러움을 느껴본 적 있는가? 인용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만 문장 어휘 순서만 살짝 바꾸어 모방할 경우 좀 꺼림칙하고 원작자에게 미안한 마음, 물건 훔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모방, 인용은 과연 부도덕하고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 죄스러운 것인가?

결론적으로 모방이나 인용은 나쁘다 좋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이고 글쓰기  테크닉의 문제다.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좋은 글을  써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모방과 인용 없이 좋은 글이 창작될 수 없다.


일찍이 솔로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있던 것이 다시 있게 되고, 했던 것을 다시 하게 되니 해 아래 새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어서 그는 “‘이것을 보아라. 새것이다’라고 말할 만한 것이 있는가?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니, 우리 시대보다 앞서 이미 존재하던 것이다.”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새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 글과 책의 내용은 과거 언젠가 누군가 말했던 말이거나 내용이다. 새로운 논리는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문장이나 주장을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노벨상도 기존의 논리나 연구를 개선하는 것은 제외한다. 새로운 학설이나 주장,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사람에게만 상을 수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나온 많은 글들을 보고 중압감을 가지거나 모방하는 데 너무 부담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그대로 베끼라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읽고 내재화시켜 본인의 색깔을 만들어 보라는 뜻이다.


이것은 불법 복제나 저작권 문제와는 좀 결이 다른 이야기다. 남의 글을 인용, 발췌, 참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남의 글을 자기 것처럼 슬쩍 사용한다거나 인용 표기를 하지 않고 썼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떳떳하게 남의 글을 ‘남의 글’이라고 밝히고 인정하고 쓰라. 이 세상 모든 글은 앞의 글에 이어서 생산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창조는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창조의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모방이다. 『선택 가능한 미래』의 저자이자 카네기멜런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는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 (Vivek Wadhwa) 최근 [4차 산업혁명 칼럼] 기고문에서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데 매우 뛰어나다. '아이디어 공유'와 '모방'은 실리콘밸리가 미국 기술산업계에 가장 거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이어 애플이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며 삼성전자를 고발한 건에 대하여,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두가 가장 뛰어난 모방꾼들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모방꾼으로 고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첨단산업분야가 그렇듯 글쓰기도 모방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모방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모방은 하지만, 선행작품을 뛰어넘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야 한다. 모방하면서 배우고 사색과 자기 통찰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실리콘벨리에서는 ‘모방’을 ‘도둑질’이라 하지 않고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라고 한다. 하지만 창조의 어머니 ’ 모방‘도 자기중심을 잃고 베끼기에만 열중하다 보면 자칫 자기 정체성을 잊어버린다.


모든 창조는 자기 정체성이 확보된 기초 위에서 통찰과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냥 글자만 옮겨온다면 타이핑이고 복사이며 편집에 불과하다. 혼을 담아야 한다. 글자만 담으면 편집이 되고, 혼을 담으면 창조적 작품이 되는 것이다.


타인의 어떤 글을 어느 정도, 어떻게 옮겨 오는 게 좋을까? 모방에서 문장을 바꾸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게 힘들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는 없다. 원문 그대로 인용하고 출처를 명기해 주면 된다. 너무 쉽다. 하지만, 항상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자기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는 당신의 글을 읽고 싶은 거지 당신이 요약했거나 정리한 다른 사람의 ‘글 모음집’ 같은 책을 읽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비싼 돈 주고  아까운 시간을 들여 남의 글을 읽고 싶은 독자는 없다.

 

타인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지팡이로 걷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의 불완전한 상당 부분을 보완해 주기도 하고 대신해주기도 하는 편리함은 있지만, 진정한 글쓰기는 아니다. 타인의 글에 더 이상 기대지 않고 별개로 비교. 차별. 비판할 수 있어야 글쓰기의 완성에 이를 수 있다. 자기의 오리지널 의견이 없는 인용의 나열은 단순 편집일 뿐이다. 지식의 요약이고 전개일 뿐 당신의 주장이나 느낌 뜻이 아니다.


인용은 때로 글의 흐름에서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진정한 인용의 참 맛은 ‘적당함’에 있다. 이때 그 적당함의 판단은 글 쓰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글 읽는 독자가 한다. 독자가 봤을 때 인용이 “글의 일부인지 인용의 일부인지, 주도인지 종속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나의 주도라고 외쳐도 독자가 인용의 아류라고 본다면 그리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용은 너무 유명하거나 임팩트가 있는 내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무리 말을 비틀고 순서를 바꾸더라도 인용은 티가 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차라리 웬만하면 출처를 명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독자는 이런 저자의 솔직한 태도와 학습자세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명언, 좋은 말 어느 정도 인용하는 게 좋을까?

너무 많이 인용하면 자기 의견, 사색이 부족하여 독자와의 공감력이 떨어지고, 너무 자기 글로만 채우면 주관이 강해져서 객관성이 떨어진다. 명언이나 선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자의 주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담보만 된다면 바람직한 구조다. 독자를 위한 서비스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다. 이름 없는 필자의 주관에 약간의 과거 수백 년 검증된 명인들의 의견들이 첨언된다면 객관성과 다양성 확보의 균형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너무 남의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면 "당신 생각은?" 하는 독자의 추궁이 들어온다. 아무리 많아도 7:3을 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의 의견이 30%를 넘으면 그것은 글을 쓰는 집필이 아니라 짜깁기하는 편집이 된다. 필자 생각으로는 10% 내외가 적절하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독자는 저자의 글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근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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