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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17. 2023

38. 작가들은 왜 편한 집 놔두고 카페 갈까?

사장의 책 쓰기

더운 날씨에 3시간 달려 속초 앞바다 카페를 가고, 추운 날씨에 대관령 카페를  굳이 간다. 사람들은 왜 편한 집 놔두고 굳이 카페로 갈까?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좋은 집 두고, 굳이 덥고 모기, 벌레 스물 거리는 숲 찾고 캠핑장 가고 골짜기 가서 모기가 있네 없네, 물렸네, 덥네, 춥네하며 불평을 쏟아낼까? 사서 고생 아닌가? 괜히 폼 잡으러?


남들 이야기만도 아니다. 나도 가끔 집 놔두고 멀리도 아니고, 바로 집 앞 커피숍도 가고 공원 벤치에서 하릴없이 있다 오기도 한다. 나는 왜 그럴까? 괜히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인지 거기 가면 뭔가 아이디어가 “쑝쑝”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만 그런 걸까? 알고 봤더니 주변에 글 좀 쓴다거나 뭔가 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그런 거 같다. 아마도 새로운 장소, 새로운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의 일탈을 즐기려는 심리랄까? 글을 쓸 때 늘 같은 방, 같은 책상, 같은 커피잔으로 커피 먹으면서 새로운 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페나 야외는 글쓰기에 있어 배낭여행 같은 것이다. 쓰다가 말다가 먼산, 파도 바다 바라보며 멍 때린다. 그러다 보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자신을 본다.


한편,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가보고 눈이 휘둥그레 놀랐다. 꼰대급 나이인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국가예산을 몽땅 투입한 느낌이다. 요즈음 동네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면에서도 손색이 없지만, 글 쓰거나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로도 최상이다. 도서관 가는데 특별한 준비물도 필요 없다. 책은 물론 PC도 구비되어 있어 손톱만 한 USB와 물통하나만 달랑 챙기면 글쓰기 준비 끝이다. 그 조차도 귀찮다면 카톡으로 파일전송해 놓고 빈손으로 가도 된다. 그냥 빈손.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이런 동네 카페, 도서관 이용은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특히 집에서는 자유롭지만, 그런 공공장소에 가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조신과 조심해야 하므로 스스로 구속이 되어 집중효과가 아주 높다. 즐거운 구속이다. 자유는 가끔 집중을 방해한다.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으니 가끔은 이런 즐거운 구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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