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군쟁(軍爭) 편에는 ‘이우위직 이환위리 (以迂爲直 以患爲利)’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지난 2022년 10월 2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2 CEO세미나'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폐막 연설을 통해 인용함으로써 널리 알려졌습니다.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경쟁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환란을 오히려 유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손자병법의 뒤이어 나오는 ‘후인발선인지(後人發先人至)‘와 맥락이 맞닿아 있습니다. 즉, 뒤에 출발해도 먼저 유리한 지점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환위리’는 현대 경영에서 ‘일종의 ‘발상의 전환’ 개념으로 해석 적용하면 그 뜻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만두는 통상 추운 겨울이 성수기인데,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고 해태제과가 2023년 8월 여름 냉만두를 출시했습니다.
모기는 통상 여름에 극성이고 여름에 퇴치하는 것이 상식인데, 서울 마포구가 2024년 3월까지 여름철 모기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월동모기 퇴치 작전을 벌인 바 있습니다. 최근 이상 기후와 난방 여건 개선 등 생활환경의 변화로 겨울철에도 모기 활동이 지속되고 있고 “겨울철 모기 유충 한 마리를 구제하면 여름철 성충 모기 500마리를 박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관계자의 말입니다.
겨울보다 여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스키장도 있습니다. 일본 ‘하쿠바 이와 타케’ 스키장은 2016~2017년 기록적으로 적은 적설량으로 인해 스키장 방문객이 급감하자 각종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불과 2년 만에 겨울보다 여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스키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021년 그린 시즌 방문객은 역대 최고치인 13.4만 명(2014년 대비 609%)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18만 명(2014년 대비 818%)을 넘어섰습니다.
와다 유타카의 저서 『스키장을 여름에 찾게 하라!』에 의하면, 이 스키장은 소녀 하이디를 연상시키는 ’초대형 그네’, 산 정상의 전망대에 ‘대도시 인기 베이커리’ 유치, 초보자를 위한 ‘산악자전거 코스’ 신설 등의 사업을 벌였습니다. 스키장을 ‘스키장’으로 보지 않고 내재된 숨겨진 자산을 발굴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기존의 자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 스키장은 불과 4년 만에 100여 개에 달하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일약 유명 스키장이 되었습니다.
낙과가 ‘합격사과’로 변신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 아오모리현은 사과의 고장으로 일본 사과의 51%가 이곳에서 재배됩니다. 1991년 가을 거대한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90% 사과가 땅에 떨어져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다들 태풍을 원망하고 한탄하고 있을 때 한 농민이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있는 사과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강한 태풍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가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10배의 비싼 가격, 태풍을 맞아 상처투성이 사과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차이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위의 비즈니스 사례와는 달리 개인의 시각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도 있습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설경구 역)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면서 동생 정약용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섬으로 들어간다 생각하니,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는구나! 호기심 많은 인간에게 낯선 곳만큼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보통사람 같았으면 비탄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유배를 막막하게 생각했겠지만, 정약전은 변화를 대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바로 손자병법의 이환위리(以患爲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