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사람 공통점은 뭘까?
실패 통찰의 희망전략 (NO.9)
첫째는 '노잼', 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삶이 힘들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야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할 테지만, 부자가 이 두 가지에 다 해당된다고? 특히 부자의 삶이 힘들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지인 K사장은 직원 30명 정도 통신장비 기술로 매출은 200억 정도로 안정적이다. 매출 및 순익도 수년간 상승추세를 타고 있고, 굳이 추가 자금으로 사업 확장도 필요 없는 터라 간섭 많은 IPO(상장) 추진도 할 필요 없고, 자금 압박도 없어 상황이 아주 편안하다. 그는 주로 주중에는 술자리, 토, 일요일 주말이면 과천 경마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경마장엔 왜 가요?"
"그냥... 심심해서요"
도박에 중독된 거 같진 않고 아직까지는 그냥 소소한 소일거리로 보인다.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카지노'에서 처럼 도박에 빠진 중소기업 사장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착한 일탈이다.
그동안 돈을 목표로 기업안정을 위해 살아왔는데 목표를 이루었으니 할 일이 없어졌고 그러다 보니 인생이 재미가 없어져 놀이를 찾다 보니 그리된 것이다.
대개의 사업가들은 전쟁 같았던 사업이 마침내 안정되고 돈의 목표가 달성되고 난 뒤에 다음 비전이나 계획이 없으면 대개는 이처럼 방황의 길을 걷거나 무위도식하게 된다. 주변에 먹고살만한 중소 부자들 중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 성공뒤의 다음 계획이 없다 보니 생겨난 Next 전략 부재다.
천국이 좋다고 소문 듣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뭘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맨날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산이나 바다 여행 다니는 등 뚜렷한 목적 없이 말 그대로 세월만 보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지겹다.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 주제도 세상 돌아가는 잡담 수준에서 껍데기만 맴돌다 그칠 뿐, 영적인 대화나 철학적, 종교적으로 깊이 있거나 거대 담론에 이르지 못한다. 깊이 있는 대화로 들어가려니 논쟁이 겁나고, 멀리하자니 외로울 거 같고, 밀착하자니 새삼 감정선 관리가 성가 실 거 같다. 적당한 선에서 맴돌게 되는 것이다.
부자들의 삶은 앞서 언급한 K사장처럼 그저 심심하기만 하고 걱정이나 고민 같은 건 전혀 없을까? 돈 없는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부자들 걱정도 만만찮다. 알고 보면 일반인이 짐작하는 것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고 걱정의 골도 깊다. 가난한 사람들의 그것과 결과 질만 다를 뿐이다.
그동안 모으고 가진 그 돈 잃을까 봐, 큰돈 지키려 노심초사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 돈 관리를 위한 사람관리, 세금, 상속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멍청한 큰아들에게 물려주자니 돈의 장래가 걱정되고 똑똑한 둘째에게 물려주자니 가정에 분란이 걱정된다던지, 10년 집사가 맘에 안 들어 내치자니 너무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등 손으로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K사장의 경우처럼 당장은 사회적으로 모럴해저드나 남들에게 해악은 끼치지 않겠지만, 장차 그의 앞날에는 분명 큰 환난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부 균열, 가족 분란, 우정의 불균형, 정체성 혼란 등 인생 총체적 균열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봄바람처럼 다가오다가 나중에는 폭풍우를 동반하는 쓰나미가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한마디로 성취에 도취되어 미래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극히 가난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너무 궁핍하면 도덕과 부도덕을 선택할 수 없으며, 선과 악을 구분하기를 귀찮아한다. 삶의 목적은 사라지고 오직 돈이라는 목표에만 눈이 간다. 미래는 관심이 없고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한다.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보고 하루하루의 삶이 인생 전부다.
한편 돈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지금 세상은 돈으로 해결 못하는 일이 거의 없다. 돈은 현실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최상의 도구다. 그래서 다들 돈, 돈, 돈 한다.
가난은 어떤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행은 가난으로부터 오며, 가난은 고통이자 우리의 삶을 옥죄는 구속이다.
그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처음에는 물리적 자유가, 그다음에는 정신적인 자유가 없어진다. 이지경에 이르게 되면 가난은 삶에서 유일한 적이고,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고 목표가 되어버린다. 육체적 배고픔과 정신적 목표가 구분 없어지고 하나가 된다. 다른 비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업에서 실패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고통이고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내 경험담을 해보겠다. 나도 과거 보통이상의 대한민국 0.001% 상위 부자도 되어보고 반대로, 교통비가 없어 돼지 저금통 탈탈 털어 5만 5천 원까지 챙겨 본 비참함을 겪은 적도 있다. 심지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기로 계약한 파우스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이면 무슨 짓이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런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부자와 거지, 풍요와 궁핍, 천장과 바닥 두 꼭짓점 모두 경험해 본 산 증인으로 겪어보니 그 심정 충분히 알겠다. 그런 내가 어렵게 내린 결론은 이렇다.
‘너무 가난하지도 너무 부유하지도 말자’
너무 싱겁고 뻔한 결론인가?
도 닦는 철학자 말 같기도 하고 참 좋은 말 이긴 하지만, 욕망이 득실대는 지금 이 시대에 적절한 말인가? 또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될까? 한마디로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상머리 배부른 소리나 한다고 핀잔받을지도 모른다.
또 설령 그런 불행의 태풍이 온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그런 큰돈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다들 본인은 결코 그런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죽어도 Go 한다.
인간은 지혜로운 거 같으면서도 어리석다. 선배들이 걸었던 똑같은 길을 반복해 따라 걸어간다. 나도 그랬고 대부분 그런 거 같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부디 나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돈이 너무 없어도 돈이 너무 많아도 힘들기는 같다는 것, 고민의 종류 계절만 다를 뿐이다. 겨울은 너무 추워서 힘들고 여름은 너무 더워서 힘든 것처럼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 돈 벌고 있는지, 돈 벌기 위해 행복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큰돈 저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게 혹 '불행'은 아닌지 살펴보자. 주머니가 적당히 찼을 때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