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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Nov 20. 2021

시간 압축의 기술, 최적화(Optimization)

비욘드 허들(NO.13)

 흔히 규칙적인 생활은 일정한 틀에 메여야 하니 재미없고 단조롭다고 생각한다. 창조성 자율성이 부족할 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실패. 실의, 낙담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생활의 불규칙이다. 소위 리듬이 깨진다.


 그동안 규칙적으로 하던 운동도 게을리하게 되고, 식사시간도 불규칙적이 되고, 음식도 과음 폭식하게 되고, 출퇴근 취침 기상시간도 불규칙하게 되는 등 생활 전반의 흐름에서 리듬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때 이런 흔들림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규칙적인 생활이다.  생활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다. 뭐든지 흔들릴 때는 틀 속이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실의에서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첫 단추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비단, 실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규칙적인 루틴은 유용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생활형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시작은 일어나면서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종일 이어진다. 특히 리더, 사장은 의사결정을 주로 하는 위치로서 하루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의 틈바구니 속에 있다. 이때 그런 의사결정의 횟수를 조금이라도 줄여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좋은 묘안이 없을까?


 ‘생활형 의사결정’을 과감히 줄여 효율적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다. 시간을 밀도 있게 압축하는 일이다. 자잘한 판단을 줄이는 간단한 실용적 방법을 소개한다.

<오전 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 지금 6시인데 일어날까 조금만 더 자다가 일어날까?         

샤워를 하고 갈까, 세면 양치만 하고 출근할까?

아침을 간단히 먹을까 넉넉하게 먹고 갈까?

출근 버스를 타고 갈까? 전철로 갈까? 자동차로 갈까?

1번 출구로 나갈까? 2번 출구로 가서 커피 한잔 사갈까?


<점심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오늘 점심은 누구랑 먹을까?

어느 식당이 좋을까?

된장찌개, 만둣국, 김치찌개, 칼국수... 뭘로 할까?


<저녁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일찍 퇴근할까 저녁 먹고 갈까?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을까?

(잠자리 들기 전) 지금 잘까 TV 보다가 잘까?

내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날까 6시? 7시?


이런  ‘생활형 의사결정’은 아침 일어나서부터 저녁 잠자리 들 때까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나열해보면 이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다. 이걸 다음과 같이 단순화하고 이를 루틴화 해 보는 것이다.


<오전 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 지금 6시인데 일어날까 조금만 더 자다가 일어날까? >  6시에 일어난다       

샤워를 하고 갈까, 세면 양치만 하고 출근할까? > 샤워하고 출근한다

아침을 간단히 먹을까 넉넉하게 먹고 갈까? > 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출근 버스를 타고 갈까? 전철로 갈까? 자동차로 갈까? > 출근은 전철로 한다

1번 출구로 나갈까? 2번 출구로 가서 커피 한잔 사갈까? > 1번 출구


<점심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오늘 점심은 누구랑 먹을까? > 고객

어느 식당이 좋을까? > 회사 앞‘김가네’

된장찌개, 만둣국, 김치찌개, 칼국수... 뭘로 할까? > 김치찌개


<저녁시간에 나에게 하는 질문들>

일찍 퇴근할까 저녁 먹고 갈까?  >일찍 퇴근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을까? > 고객

(잠자리 들기 전) 지금 잘까 TV 보다가 잘까? > 무조건 11시 취침

내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날까 6시? 7시? > 6시 기상


이런 식으로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활형 의사결정’의 횟수를 최소화하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고, 시간을 압축하여 밀도 있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좌절, 비탄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할 때 등 어려운 순간에 유효하다. 권투선수가 반복되는 훈련의 결과로 쓰러지는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는 경우나, KO순간에도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무의식 반사 행동 같은 것이다. 여기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간 압축’ 개념을 더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예컨대, 자택과 직장과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음은 생활형 의사결정 외 ‘일상의 자유’ 속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불필요하고 군더더기의 판단들이 숨겨져 있다. 일상의 자유는 때로는 사고의 진전을 방해하고 시간 낭비와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예컨대, 자유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이 효율적이다. 모든 단계마다 자잘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유여행은 외견상으로는 자유롭게 보이지만 군더더기 일상 결정들 때문에 피로도가 높고 시간 낭비로 온전한 여행에 방해받을 수도 있다. 패키지여행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므로 자유시간,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어느 버스를 탈 것인가? 어느 식당에서 뭘 먹고 언제 출발할 것인가? 등 일상적인 ‘판단’들은 가이드에게 맡기고  온전히 여행 목적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압축의 방법 중 하나로 최적화(optimization)가 있다.

최적화(optimization)란 가장 알맞은 상황으로 맞춘다는 말이다. 이 말은 수학 전문용어로써,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댓값 또는 최솟값을 찾아 자원 또는 비용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나 여행 계획 짤 때, 통신망을 구성할 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때 등에서 시간, 거리, 넓이, 부피, 이익의 최대 또는 최소점을 찾는 일이다. 예컨대, 이윤, 점수(score) 등의 경우는 최대화 문제가 될 것이고, 빠른 길 찾기, 비용(cost), 손실(loss), 에러(error) 등의 경우는 최소화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수학, 물리학, 컴퓨터 알고리즘, 경영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는데 우리 인생 계획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간단한 일이나 일정은 머릿속 샘 법으로 그냥 실행만 하면 된다. 최적화는 복잡한 일이나 많은 일정에서 유용하다. 일상에서 최적화는 패턴화, 단순화, 루틴화 3가지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내가 지금 어떤 패턴에 서 있는가를 파악하여 패턴을 수정. 조정하여 생활 흐름의 방향을 잡고, 두 번째로는 판단 과정과 일상의 단순화로 시간을 압축하여 밀도 있게 집중하고, 이것을 꾸준히 반복하여 유지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최적화 대표적인 인물 사례를 꼽는다면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와 벤저민 프랭클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칸트는 규칙적인 생활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연한 홍차 두 잔을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7시부터 오전 시간은 주로 강의와 집필을 한다. 오후 1시에 친구들을 초대해 느긋하게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산책을 나간다. 산책 후 친구 집에 들러 잡담도 하고 졸다가 7시에 돌아온다. 귀가 후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 오후 10시 잠자리에 든다. 19세기 초 당시 유럽의 평균수명이 35세일 때 그는 80세까지 살았다. 태생적으로 약골이었던 그의 장수 비결은 이런 엄격하고 절도 있는 자기 관리 덕분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일정관리 수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대통령이 아닌 인물로서 100달러 지폐에 올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피뢰침,  난로, 복초점 렌즈 등을 발명하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13가지 덕목들의 계율들을 정의하고 수첩을 만들어 매일 저녁 그날 하루의 행동을 생각하고, 각 계율과 관련하여 잘못한 것이 있으면 해당란에 흑점을 찍도록 하는 등의 자세한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칸트와 프랭클린 두 사람이 추구하고 누린 일상의 단순화는 한마디로 ‘최적화된 자유’다. 군더더기 판단들을 생략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자기가 평소 생각하고 추구하는 바를 선택. 집중함으로써 효율을 높였다. 먼저 단조로운 반복의 규칙적 생활 속에서 시간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유와 여유로운 상태를 유지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루틴화와 단순화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자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장기적 최적화(long term optimization)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치적을 이룬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같은 루틴이지만 결이 좀 다른 루틴도 있다. 단순화의 루틴이라기보다는 좋은 아침 습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큰 루틴 속의 ‘스몰 루틴’이라 할 수 있다. 최근 2030 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이 바로 그것이다. 대체로 새벽 4~6시에  일어나 독서, 명상, 운동, 영어공부, 재테크 등 ‘루틴’을 실천하고 그 모습을 ‘인증샷’ 형태로 기록하는 것인데, 이 게시물들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인증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된다. 덕분에 할 엘로드가 쓴 5년 전 `미라클 모닝`이란 책이 역주행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 루틴은 짧은 6분 루틴과 꽉 찬 60분 루틴으로 나뉘는데 내용 구성도 구성이지만 핵심은 역시 ‘루틴(반복 행동)’이다. 여섯 가지 아침 습관 ‘침묵, 확신의 말, 시각화, 운동,  독서, 기록하기’를 통해 그저 일어나기에 급급했던 아침을 생산적이고, 집중력 있고, 성공적인 아침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인생을 바꾸는 ‘아침 습관화’ 훈련 프로그램이다. 참고로, 할 엘로드는 스무 살의 나이에 음주 운전 대형 트럭과 정면충돌하여, 6분간 사망했으며, 열한 군데의 골절과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어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쉬운 길로 가는 유혹을 뿌리치고 영업의 달인, 울트라마라토너, 베스트셀러 작가, 힙합 아티스트, 남편,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로 거듭난 인물이다.


결론적으로  최적화(optimization)는 패턴화와 단순화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자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곧 스마트화 된 ‘열심’이 되어 외견상 무척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면적으로는 새로운 길이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과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멘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통로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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