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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Nov 24. 2021

엉덩이에 가을이 붙었어요(#14)

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산책길이 가을로 가득합니다. 가을. 가을. 가을...

낙엽이 소나기처럼,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애써 모른 척  주머니 손 넣고  낙엽만  밟으며 그냥 지나칩니다. 찬바람 한 번 불었다가, 낙엽 한 번  몰아붙이다가, 노란 단풍으로, 빨간 단풍으로  온갖 수단 다  봅니다,


 이래도 저래도 안되니.

'정말  모른 척할 거야?"라며  앞서가는 보드리'엉덩이에  단풍  한 잎을 붙였습니다. 남들이 보면 일부러 연출한 줄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순전히  가을이 장난친 니다.

저는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영어로 가을이  왜 fall'떨어지다'인가를.

말뜻처럼 가을은 떨어지는 '가'봅니다.

단풍도 떨어지고

바람도 떨어지고

농익은  홍시도  떨어지고

뭔가  떨어지는 게 가을이군요.

그런데 오늘은 가을이 떨어지는 위치를 잘못 잡았나 봅니다. 우리 '보드리' 엉덩이에 떨어졌네요. 자세히 보니... 떨어진 게 아니라 붙은 거네요.


"춥다. 귀찮다..." 이래저래 핑계로 모른 척했더니 가을이 짓궂게 심술부린 거지요?


네~네  잘 알겠습니다

당신이 오셨다는 신호군요. 가을님!!

잘 모시겠습니다

환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오지는 마세요. 그리고, 추위랑은 같이 오지 마세요.

당신의 그 단풍 '때깔'은 참 좋은데 추위는  싫어요. 바람은 오케이~ 바람은 낭만과 함께 오니까 심하게만 아니면 괜찮아요.

바람 핑계로 옷깃 세우는 거 좋아요. 영화배우처럼 멋있어 보여서.

저는 이 멋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 찍어 드로잉  보았습니다. 제 눈으로 본 걸 제 손으로 그리는 거죠.


그 기쁨은 뭐랄까? 창조의 기쁨? ㅎㅎ 그런 거 비슷해요. 그래서 전 그림 완성 후에 제 손을 쓱 쳐다보며 칭찬해줍니다

 "수고했어! 나도 못하는 일을 네가 해냈어"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림도 잘 그려지네요. 30분 구도 잡고 수업시간 내 총 90분에 완성했습니다.


군더더기 낙엽은 빼고 강아지 엉덩이  단풍강조했습니다, 단풍 가득한 숲도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그런데 이글 읽고 계시는 당신의 가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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