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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Nov 25. 2021

개죽음

개시 21

개죽음!

참으로 서글픈 우리 개들 죽음의 이름이다. 사람들에겐 별 볼일 없는 '헛된 죽음'의 대명사


사람 죽음에는 계급이 있다.

서민 보통사람이 죽으면 사망(死亡)이다. 주로 사무 행정용이다.

일반인이 죽으면 졸(卒),

왕이 죽으면 붕어(崩御), 승하(昇遐)

대통령이나 좀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逝去)

그보다 낮으면 별세(別世), 작고(作故)

군인이 죽으면 산화(散華)란다


죄인(罪人)이 죽으면 물고(物故)

종교적으로 선종(善終), 승천(昇天), 입멸(入滅), 멸도(滅道), 입적(入寂), 열반(涅槃)

이밖에도 많다. 황천(黃泉), 영결(永訣), 영면(永眠), 영서(永逝), 운명(殞命), 임종(臨終)  등  


우리말로 하면 좀 더 선명해진

저 세상 사후세계가 있다고 보는 인간들이 많다 보니

타계(他界), 저승 갔다, 돌아가셨다, 세상 뜨다, 생을 마쳤다, 갔다, 떠났다 등이다


그냥 소박하게 사실적 표현도 있다. 직설이라 말이 좀 험하다

죽었다. 눈을 감다. 숨을 거두다. 운명하다. 목숨을 잃다. 끝장났다. 숟가락 놨다. 뻗었다. 뒈졌다.


사람들은 죽어서 까지도 개폼 잡는다.

죽어서도 계급 서열은 유지된다.

그래서 어설프게 죽는 걸 개죽음이라 한다


인간 죽음은 복잡하다.

살아서도 복잡, 죽어서도 복잡.

죽어서 산사람 고생시키는 건 인간뿐이다.


평소 손가락질하다가도 죽으니 울고 불고 난리

뭐가 진실인가? 연극인가  위선인가?

평소 웃고 악수하고 안고 존경한다 해 놓고

막상 떠나니  문상 갈까 말까 밤새 고민한다.

전략, 절차 따지고 부조금 계산하고 눈치 살피고

한마디로 까다롭다. 


우리 개들 죽음은 단순하다

단 한마디 'Die(죽다)'

그리고 아무 데나 묻거나 먹거나 불타거나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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