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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Dec 01. 2021

싫어요 저쪽으로 가요(15畫)

 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산책 중) 이쪽은 가기 싫다고 하네요

요즈음 들어 부쩍 잦아진 강한 의사표현입니다.

저는 이쪽으로 가고 싶은데,  '보드리'는 저쪽으로 가고 싶다고 버티네요.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진다고 하던데, 강아지도 그런가 봅니다. 보드리 나이가 벌써 10살이니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70 할머니인 셈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확신이 들 일도 많아지고, 생각 편향도 심해지다 보니 고집이 세지는 거라더군요. 사람이나 강아지나 생각의 노화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보드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지금 이 순간, 하늘 아래 저와 나 단 둘인데 서로 양보하면서 가야지요.  같이 매일 5km 산책한지도 벌써 5년이니 척하면 척이죠. 이 골목에는 뭐가 있고 저 건널목 건너면 어느 길이 나오고  등 등 눈치 9단입니다.


물론 제가 제 고집대로 밀어붙일 때도 있습니다.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안고 가는 거죠. 조금 안고 가다 내려주면 조금 전 고집은 금세 잊고 잘 따라옵니다.

오늘 드로잉은 버티는 두 다리와 눈 빛에 두고 그려봤습니다.

원 이미지에서 눈은 털에 가려져 있어, 제가 임의로 저를 바라보는 눈으로 하고 눈 크기도 좀  크게 해서 표정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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