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진희 꽃이 지고 있구나
부슬부슬 봄비 무게에
떨어지는 설움에
힘없이 늘어지고 울먹거린다
진다고 아쉬워마라
그게 어찌 네 탓이더냐 바람 탓이지
너 비록 아스팔트 위로 뒹굴면서 천덕꾸러기 되고 있다마는
네 간 자리에 작은 봉오리 하나는 남겼구나
못다 떨어진 꽃 부스러기 사이로 삐져나온 작은 잎
미안하기도 부끄럽기도 수줍기도 한 양
잎 사이 보일락 말락 맺힌 조그마한 열매 한 톨
지워진 꽃자리에 다소곳 한자리했구나
봄바람 힘 빌어 한껏 향기 뿜어대는 꽃아!
너는 뭘 위해 누굴 위해 그 혹독한 눈보라 겨울을 넘었더냐
그리도 화려하게 자랑질 우쭐대느냐
설마 이 깨알 같은 열매 한 톨 맺기 위해 먼 시간을 기다린 건 아니리라
정녕 너의 완성은 무엇이더냐?
설마
화려함, 변신 이런 건 아니리라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이리라
매봄 나는 빈손인데
매봄 네는 꽃 잔치에 가을에 내년까지 대비하는구나
그러니, 봄이 간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름이 다가온다고
너무 서러워마라 너무 티 내지 마라
내년에 또 올 거면서
내년에 또 화려하게 부활할 거면서
네 은근 자랑질에
내 시샘 터진다
드로잉=최송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