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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pr 19. 2022

꽃아, 진다고 서러워마라

insight

사진=조진희

꽃이 지고 있구나

부슬부슬 봄비 무게에

떨어지는 설움에

힘없이 늘어지고 울먹거린다


진다고 아쉬워마라

그게 어찌 네 탓이더냐 바람 탓이지

너 비록 아스팔트 위로 뒹굴면서  천덕꾸러기 되있다마는

 간 자리에 작은 봉오리 하나는 남겼구나


못다 떨어진 꽃 부스러기 사이로 삐져나온 작은 잎

미안하기도 부끄럽기도 수줍기도 한 양

잎 사이 보일락 말락 맺힌 조그마한 열매 한 톨

지워진 꽃자리에 다소곳 한자리했구나


봄바람 힘 빌어 한껏 향기 뿜어대는 꽃아!

너는 뭘 위해  누굴 위해 그 혹독한 눈보라 겨울을 넘었더냐

그리도 화려하게 자랑질 우쭐대느냐

설마 이 알 같은  열매 한 톨 맺기 위해 먼 시간을 기다린 건 아니리라


정녕 너의 완성은 무엇이더냐?

설마

화려함, 변신 이런 건 아니리라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이리라


매봄 나는 빈손인데

매봄 네는 꽃 잔치에 가을에 내년까지 대비하는구나

그러니, 봄이 간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름이 다가온다고

너무 서러워마라 너무 티 내지 마라


내년에 또 올 거면서

내년에 또 화려하게 부활할 거면서


은근 자랑질

시샘 터진다

드로잉=최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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