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초등학교

아이가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by 올랜진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 언제 이렇게 컸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딸이 3살이 되기 전에 우리는 핀란드로 이주하였다. 우리와는 의사소통에 문제없이 한국말도 곧 잘했다. 이 곳에 오는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보낼 때 로컬을 보낼지, 인터내셔널 스쿨을 보낼지 잠깐 고민하는 것 같다. 영어가 전 세계의 공통어가 되어 있다 보니, 또 하나 이 곳에 계속 머물지 모르기 때문에 영어학교 쪽으로 방향을 많이 트는 것 같다. 나는 무슨 배짱이었을까 , 무조건 로컬로 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배짱이 지금은 옳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해하고 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는 것도 한몫을 한건 사실이다. 8개월의 기다림 끝에 집과 가까운 유치원을 배정받았고, 아이는 딱 일주일 울고 잘 적응해 나갔다. 핀어를 모르는 아이와 선생님은 낱말 카드로 의사소통을 했다. 반복되는 학습에서 그림과 언어가 일치가 되는 순간 곧 말이 되었다. 3살이 넘어서 간 유치원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초등학교에 올라갈 땐 유치원 친구들과 같은 반으로 배정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적응도 빨랐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유치원에서 활동한 모든 기록이 초등학교에 전달이 되고 그로 인해 선생님이 아이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부모님 상담이 이어졌다. 1학년 때는 그저 잘 놀게 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규칙과 사회성을 배워 나가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성향이 어떠한지 무엇을 하면 좋아하는지 또 아이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를 늘 관찰한다고 했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을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학습에 있어서도 잘하는 아이들에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학습을 유도한다고 했다. 뒤쳐지는 아이들 없이 보조 선생님과 함께 잘 끌어주며 아이들이 교과 과정에 흥미를 갖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집에서는 핀어를 쓰지 말라고 했다. 모국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결국 외국어도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권장하지 않고, 학교 숙제도 그 날 배운 것 중에서 한 두 문제를 내준다. 고학년이 되면 아마 숙제의 양은 늘어날 것 같다.


상담을 여러 번 하면서 인상이 깊었던 것은 아이의 참여이다. 한 학기 동안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상담을 하며, 모든 평가는 아이 스스로 내린다는 것이다.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며, 모든 상담 내용을 아이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제대로 된 학습 환경에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이 곳은 아무리 추워도 밖에서 노는 것을 잊지 않는다. 추운 곳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학습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추워도 하루에 두 번 밖에서 놀게 한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수영, 스케이트, 스키, 하키가 학교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장비는 학교에 비치되어 있다. 사이즈가 없거나 새것을 원하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기 것을 가지고 다닌다. 나도 처음에 모든 장비를 새것으로 준비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겨울 한철 쓰자고 장비를 사면 그다음 해엔 사이즈가 맞지 않아 쓸 수 없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중고나 학교에 있는 것을 이용한다.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집에서 걸어 다니기에 가깝고 친구들도 모두 이웃에 살고 있다. 도로를 한 번 건너야 하지만 이마저도 두렵지 않다. 이 곳은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곳이다. 스쿨존에서는 시속 30킬로가 넘으면 안 된다. 그만큼 조심하고 기어가라는 것이다. 큰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거의 건널목 표시만 되어 있다.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차를 세워야 하는 것이 이 곳의 규칙이다.


아이가 학습에 뒤쳐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또 동양인이라고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까 고민하지도 않는다. 따돌림에 대한 철저한 주의를 주고 있고, 그런 일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바로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평등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푸른 나무와 숲을 놀이터 삼아 그저 논다. 학원에 가지 않는다. 학원도 없다. 자연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안다. 아이가 필요하다면 뭐든지 지원할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조급해서 억지로 뭐든지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스스로 이뤄지다 보니 고등학교에 가서도 엄청난 양의 공부를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곳의 고등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직업학교로 가는 아이들도 있다. 이것저것 먼저 경험해 보고 공부가 더 필요하면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는 스트레스 없이 이 곳 생활에 만족하며 잘 자란다. 나는 학부모이지만 걱정이 참 없다. 누굴 따라서 조급해하지도 않고, 아이의 장래에 대해 내가 선택권을 가지지 않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그저 당당하게 행복하게 자기 삶을 개척하도록 따뜻하게 품어 줄 것이다.


핀란드는 세금이 높은 나라다. 우리는 수입의 반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다. 그 모든 것이 복지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고, 수입이 없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을 해준다. 참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미 나는 혜택을 받았고, 내 아이는 계속해서 이 안정된 복지 테두리 안에 있을 것이다.


제일 감사한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에서 제 나이에 맞게 팔팔 뛰어노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이 참. 좋.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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