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믿는 구석
이현영
우리 집 마당에
똥을 싼 옆집 강아지
아버지가 성을 내며 돌을 던져 쫓았더니
이튿날 아침,
문 앞에 오줌을 갈겼다
그다음부터 아버지 차만 보여도
가던 길 돌아갔고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줄행랑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 아버지가 나와 있는데도
녀석이 느릿느릿
당당히 지나갔다
어라, 요놈이!
당당한 걸음 뒤에
지팡이를 짚고 옆집 할머니가 뒤따라 오셨다
곁눈질도 안 하고
녀석이 앞장섰다
제1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