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뒤지다가 15년도 더 지난 글이 보여서 추억삼아 올려봅니다^^
그 녀석
눈곱만한 꽃을 보이며
-작아서 귀여워요
하고 엄마에게 선물하는 그 녀석
보드라운 바람을 즐기며
-고맙다 바람아!
하고 인사할 줄 아는 그 녀석
겨울풍경을 쳐다보며
-색깔이 너무 안 예뻐요
우리 유치원 나무도 이래요
하며 우울해 하는 그 녀석
-머리 보글보글한 아이랑
사이좋게 지내기로 약속했어요
은밀하게 비밀얘기 해주더니
다음날 싸우고 돌아온 그 녀석
-사이좋게 지낸다며?
-아! 잊어버려 가지구
엄마 얼만큼 사랑해?
-동암 아파트 만큼
꼴랑 6층짜리 아파트가 제일 높은 것의 표준인 그 녀석
담배 피는 아저씨보면
- 어? 저 아저씨 죽을라고 그러네!
염려스러워 심각하게 쳐다보던 그 녀석
막둥이를 질투해
아직도 가족 그림 그릴 때 끼워 주지도 않는 그 녀석
홈플러스를 콤플러스로 발음하고
콘프라이트도 콤플러스라해서
-콤플러스에서 산 콤플러스를 우유에 타서 먹는다고
이모에게 전화로 자랑하는 그 녀석
미용실에서 잘생겼다고 아줌마들이 호들갑 떠니까
유리탁자에 얼굴을 묻고 한참동안 고개들지 못하던 그 녀석
지도 만든 김정호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김정호 딸 순녀가 아버지가 죽고 혼자살게 됐다고 말하는 그 녀석
-인제 순녀는 혼자 살아야 되네 !
길 가다 멋진 집 보며
-우리도 저런 집에서 좀 살지!
하면서 능력없는 부모를 부끄럽게하는 그 녀석
놀이터에서 놀고 싶단 말 안하고
놀이터에 누가 나와 있는지 보고 온다고 말하는 그 녀석
여성 속옷 잡지를 쫙 펴서
진지한 표정으로 골똘히 쳐다보는 그 녀석
막둥이 낳은지 한달 지나
뱃살 안 빠져 안그래도 심란했는데
-엄마! 동이 또 나와요?
하며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녀석
오랜만에 자장가 불러주니
듣다가 너무 슬프다고 울어버리는 그 녀석
-엄마? 세상에 도둑은 없지요?
- 도둑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근데 왜 우리집에는 안 와요
못내 아쉬워하던 그 녀석
아이 셋 이름을 급해서 엉뚱하게 부르면
-엄마 헷갈려서 그러죠?
하며 이해한다는듯 쳐다보던 그 녀석
방학 끝나면 선생님한테 야단 맞을 거라고 걱정해서
왜? 했더니
-건강하게 지내다가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감기 들었잖아요
하던 그 녀석
유치원 갔는데 갑자기 눈물나게 보고싶다
그 녀석
--------------------------------------------------------------------------------------------------------------------------그 녀석은 자라서 이제 21세입니다.
진심으로 그때 그 녀석이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괜히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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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찬 타이밍!
발행 누르고 일분 만에 연락왔네요
그 녀석 두 줄이라는..
확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