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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동시들

동시

by 보리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굴뚝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누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꼴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산울림


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



*** 표기는 되도록 오늘날의 맞춤법에 맞게 바로 잡았으나

시의 느낌과 시인의 표현을 해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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