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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동시들

동시

by 보리


노랑 노랑


노랑 노랑 유채꽃

무엇 땜에 피었나


노랑 노랑 노랑나비

숨겨주려 피었지












어둠에 잠긴 산


밤에 고속도로를

달려보았나요?


찻길 양쪽 저 멀리

낙타 행렬을 보았겠네요


혹이 하나인 낙타

혹이 두 개인 낙타

때로는 코끼리 떼


긴 줄로 서서

밤길을 걷고 있지요

느릿느릿

뚜벅뚜벅













사람이 난로다


혼자 사는 이웃 할머니 집에

자원봉사 아줌마들이 왔다.

난로가 켜져 있어도 서늘했던 방

빨간 입술 난로에서

따뜻한 김이 나와

비로소 방이 데워졌다.

웃음꽃도 피어났다.


사람이 난로다.

따뜻한 난로

마음이 연료인 난로.












예의 바른 딸기


접시에

가지런히

줄을 선 딸기들


입속 동굴로

들어올 때는

접시에다 사뿐히

초록 모자를 벗어 두지요












호박


쭈글쭈글 호박꽃이

동글동글 아기 낳아


동글동글 아기가

덩글덩글 자라서


덩글덩글 호박덩이

엉덩이가 무거워


땅바닥에 넓적

주저앉았다






김미희


달챗작가, 달작. 시와 동화를 쓰고 있다. 제주 우도에서 나고 자랐다.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18년 차 전업 작가로 동시, 동화부문에서 푸른문학상과 『동시는 똑똑해』로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 청소년시집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 『마디마디 팔딱이는 비트를』, 동시집 『동시는 똑똑해』 『예의 바른 딸기』, 『영어 말놀이 동시』, 『오늘의 주인공에게』, 『야, 제주다』, 동화 『얼큰 쌤의 비밀 저금통』, 『하늘을 나는 고래』, 『엄마 고발 카페』, 『우리 삼촌은 자신감 대왕』, 『한글 탐정 기필코』, 『마음 출석부』 등 다수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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