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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동시해-신재섭 동시들

동시

by 보리

삼복 이야기


칠월 무더위가 시작되면

삼복 형제가 나타나서

서른 날쯤 머물러


맏이 초복이는 마음이 약해

중복이에게 더위를

물려주고 얼른 가 버려


둘째 중복이는 개와 고양이

사람들 목을 조이며

땀방울을 빼내고야 말지

열대야로 잠도 빼앗고 말이야

그러다 입추가 거는 딴지에 놀라

말복이에게 더위를 쓱 넘겨 버리지


삼형제 중 축하 받으며 떠나는 건

막내 말복이 뿐이야

선물로 목걸이를 달아 주니

말복이는 조금 서운한 얼굴로

딸랑딸랑 푸른 종소리를 내며 떠나

주춤주춤 낮더위를 흘리면서 말이야






새싹


나무에서

땅에서


뾰록뾰록 솟은

연둣빛 싹은


세상 모든 맛이 궁금한

어린아이 혓바닥







군자란 수탉


양쪽 날개

층층이 펼치고

기다렸다가


서서히 꽃대 올리고

해를 쫓아 길게

목을 빼면


퍼드득 퍼드득

날갯짓하는

수탉이 된다


다홍빛 꽃 벼슬 꿰찬

군자란 수탉

한 마리


꼬끼오, 꽃꽃꽃

꼬끼오, 꽃꽃꽃






가을볕


빨개지네 사과

고개 숙이네 벼 이삭

밭고랑으로 들깨 톡톡


점심시간

운동장에 나간 아이들

올라가네 입꼬리

빨개지네 얼굴

땀방울 송송


맑고 따가운 볕 아래

함께 영글어 가라고

곁을 주는 가을볕






커피콩


이모랑 같이

커피숍에 간 할머니


커다란 통에

갓 볶은 콩을 보고


무슨 콩을 저래 태웠노

밥 벌어먹겠나

여 방앗간 못 쓰겠다 하더니


거품 올린 커피

홀짝 마시고는


어 맛있네 태운 콩이 용하다

밥 벌어먹고 살겠다 하시네







경기도 여주에서 나고 자랐다. 2013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와 책으로 마음 나눴던 아이들을 힘껏 응원한다. 문 하나가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렸다. 다시 첫걸음이다. 『권정생 동시 읽기』(공저)를 냈다.

브로콜리숲에서 첫 시집 [시옷 생각]이 2021년 1월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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