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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l 13. 2022

숨바꼭질

디카시

아침에 마주친 좀나팔꽃을 보면서 쟤들은 아침부터 숨바꼭질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풀잎 하나로 겨우 눈을 가린 좀나팔꽃이 마치 어린아이 같더군요.

아이들은 눈만 가리면서 '없다, 없어' 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못 볼 것이라 착각을 하잖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놓고 말입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지만 그 모습이 참 순수하지요.


술래가 눈을 가린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마음.

저도 좀나팔꽃의 그 마음을 지켜주려고 못 본 척 지나쳐왔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아니 초등학생만 되어도 눈만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요.

온전히 나를 숨겨야 숨바꼭질이 됩니다.

유아 때 그 행동은 더는 효력을 잃습니다.


그런데 저는 천지도 모르고 눈만 가렸던 그 시절 아이가 문득, 그립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아이 하나쯤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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