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아침에 마주친 좀나팔꽃을 보면서 쟤들은 아침부터 숨바꼭질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풀잎 하나로 겨우 눈을 가린 좀나팔꽃이 마치 어린아이 같더군요.
아이들은 눈만 가리면서 '없다, 없어' 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못 볼 것이라 착각을 하잖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놓고 말입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지만 그 모습이 참 순수하지요.
술래가 눈을 가린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마음.
저도 좀나팔꽃의 그 마음을 지켜주려고 못 본 척 지나쳐왔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아니 초등학생만 되어도 눈만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요.
온전히 나를 숨겨야 숨바꼭질이 됩니다.
유아 때 그 행동은 더는 효력을 잃습니다.
그런데 저는 천지도 모르고 눈만 가렸던 그 시절 아이가 문득, 그립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아이 하나쯤 알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