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동시발전소]동시선집에서

동시

by 보리

껌 씹는 신발/홍현숙


언제 붙었는지

찰싹

내 신발에 붙었다


그때부터

쩌억쩍 쩌억쩍


내 신발이

껌을 씹기 시작했다











이웃사촌/이묘신


화단에 골고루 심은

꽃씨들


분꽃 옆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옆에 채송화

채송화 옆에 봉숭아

봉숭아 옆에 해바라기


땅속에선 서로 모르고 지내다

땅 밖에서 이웃 되었다











첫눈/우남희


설레게 할 수 있을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처음이라

오는 내내

고민했을 거야











인터뷰/백민주


할머니가 이 동네에서 농사를 가장 잘 짓는다면서요?


누가 그카드노?


동네 사람들이 전부다 그러시던데요.


운이 좋아 그리 됐제.


운이 좋아서요? 어떻게 운만 좋다고 그래요?


하늘님이 비 주제, 해 주제, 바람 주제.


그카고도 농사 못 짓는 사람이 누가 있겠노?


그게 운이 좋은 거예요?


글치, 그럼 머가 있으까바.











까치밥/김수희


햇살이 꼬드겨도

서둘러 익지 않을 거야

바람이 간질여도

꼭지 손 놓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아무리 올려다봐도

모른 체 할 거야

절대로 호기심에

뛰어내리지 않을 거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익어

첫눈을 만날 테야

머리에 하얀 눈 모자 쓴 날

날개 지친 까치를 만나겠지?

배고픈 까치의

한 끼 밥이 되는 일,

정말이지 근사할 거야











이사하는 날/김경련


꽁꽁 숨어 있던 것들아!

다 나와라


이제

숨바꼭질 끝났다











깃털/권영상


참새 깃털 하나

길섶에 떨어졌다.


오늘 밤

요만큼 참새가

춥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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