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추석특집

동시

by 보리

택배/송명원


한과 한 상자

홍삼 한 박스

굴비 한 두름


추석이 지나도록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추석/김환영


어미 고양이 어디 가서

북어 대가리도 물어 오고

날고기도 물어 오고

부침개도 털레털레 물어 오고,


양지 녘 새끼 고양이들

고깃점 하나씩 입에 붙이고

씹었다 뱉었다 쥐잡이 시늉하며

빈집 마당에서 와릉와릉 논다.










추석/성명진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 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새삼시룹게/장동이


추석이 왜 이리 적막하니껴?

못 보던 차들만

몇 대 왔다 가고 말이시더.

누들 집 자식이 왔는지

코빼기도 안 비치고

저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다

불이나게 가이,

테레비라도 있으이 망정이지

우쨀 뿐했니껴?


아이고, 할마이도

새삼시룹게 뭘 그러니껴?










논두렁길을 걸을 때면/김은영


성묘 가는 논두렁길

아버지가 한 손으로

벼이삭을 스치면서 걸어가셨다


뒤따라가던 나도

팔을 뻗어

아버지 흉내를 내어 보았다


차락 차락 차락 차락 차락

여문 벼 낟알들이

가을 햇살처럼 퉁겼다


흐르는 물살에

손을 담근 것처럼

손바닥이 밀리며 간지러웠다


성묘 다녀온 뒤부터

논두렁길을 걸을 때면

아버지처럼 벼이삭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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