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김미혜 동시들

동시

by 보리

꼬리


아까 봐 놓고

하루 이틀 못 본 것처럼

조금 전에 봐 놓고

백 년 만에 보는 것처럼


처음 만난 것처럼

너는 언제나 기쁜 얼굴


다음에 태어날 땐

꼬리를 내게 줘


춤추는 꼬리

숨 가쁜 꼬리





개 세 마리의 밤


속눈썹으로 올라간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었어


어떤 사람들은 추운 밤을

개 세 마리의 밤이라고 한대

추운 밤이 오면 개 한 마리를,

더 추운 밤은 개 두 마리를 안고 잔대

더 더 추운 밤은 개 세 마리


엄마, 일찍 들어와


오늘은 코가 꽁꽁 어는 밤

개 세 마리의 밤이야






눈 치우기


지붕 위에 쌓인 눈쯤

까짓것, 단박에 치울 거야

단단하게 다져진 눈도

까짓것, 거뜬하게


누가?

대체 누가?


“오늘은 영상 5도

추위가 풀리겠습니다”


오늘 날씨가

눈을 치울 거야




모두 내 꽃


옆집 꽃이지만

모두 내 꽃.


꽃은

보는 사람의 것.


꽃 보러 가야지 생각하면

내 마음 가득 꽃이 환하지.


하지만 가꾸지 않았으니까

잠깐 내 꽃.





해피는

입이 두 개다


내가 좋아

펄렁펄렁

진짜 좋아

펄렁펄렁


꼬리에 달려 있는 입이

나는 좋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입

두말하지 않는 입.





김미혜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양평에서 자랐습니다. 2000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아기 까치의 우산』으로 제5회 ‘오늘의 동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동시집 『아빠를 딱 하루만』 『안 괜찮아, 야옹』,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동시 그림책 『꽃마중』,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돌로 지은 절 석굴암』 『분홍 토끼의 추석』 등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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