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박목월 동시들

동시

by 보리

해바라기


눈만 뜨면 엄마를

찾고 우는걸

아가를

우리는 해바라기라지요.


엄마 얼굴 따라서

두 눈이 도는걸

아가를

우리는 해바라기라지요.


엄마 얼굴 뵈이면

언제나 웃는걸

아가를

우리는 해바라기라지요.









잠자리


나루에 잔물결 잔 잔 잔

꼬추쟁이 잔 잔 잔


사공 몰래 쟁이가 배를 탔다

사공 등 뒤 앉아서

소르르 꼬박,


손님은 단 한 분 눈 머언 손님,

사공도 노 저으며 소르르 꼬박


실바람 솔 솔

나룻배 스르 스르르


사공 몰래 쟁이가 배를 내리고

쟁이 따라 장님도 배를 내리고


나루에 나룻배 잔 잔 잔

꼬추쟁이 잔 잔 잔


*꼬추쟁이: 고추잠자리. 쟁이.








아버지와 나


아버지는

마차에 타고

말은

내가 몬다,

낄, 낄, 낄,


말은 웃으며

두 눈

부릅뜨고

힝 힝 하지만

낄, 낄, 낄,


아버지는

심 리 길 졸고

말은

내가 몬다,

낄, 낄, 낄.









주막집


마름집은 쪽대문,

진사댁은 열두 대문,

성 아래 오막집은,

싸리나무 꼬마대문.


한길가 주막집은

대문 없다 없다.

아무나 쉬어 가게

대문 없다 없다.


*마름: 땅 임자와 그 땅에 농사짓는 소작인 사이에서 땅 임자 일을 대신하는 사람








여우비


뙤약볕 나는데도

오는 비,

여우비.


시집 가는 꽃가마에,

한 방울 오고,


뒤에 가는 당나귀에,

두 방울 오고.


오는 비,

여우비.

쨍쨍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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