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의자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네
신발까지 신고도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네
별이 빛나는 밤
비 오는 날
비를 빼면 흐린 날이 되지
흐린 날
구름을 빼면 맑은 날이 되지
맑은 날
해를 빼면 깜깜한 날이 되지
깜깜한 날은
뺄 게 없어 별을 하나씩 더하지
총 총
총 총 총 총 총
총 총 총 총 총
별이 빛나는 밤이 되지
바보
모기는 바보 같다.
사이렌 울리며 다가온다.
내가 더 바보 같다.
그런데도 물렸다.
아야!
계획표
민들레는
계획표 따라
싹 틔우고 잎을 키웠다
어느 날
사람이 민들레 잎을
싹둑 잘라가 버렸다
민들레는
잠시 울었지만
계획표를 수정하여
다시 싹을 틔웠다
조금 늦긴 했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꽃을 피웠다
염소1
까만 염소가
풀을 잔뜩 먹고는
나무 아래 누워서
곰곰이
되새김질해요
하는 일도 없이
먹기만 해도 될까?
수염까지 났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한 번씩
고개를 저으며
되새김질해요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푸른문학상, 오늘의동시문학상, 김장생문학상 대상 수상하였고, 동시집『백 점 맞은 연못』, 『생각하는 감자』, 『말 숙제 글 숙제』, 『구름버스 타기』(공저) 등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