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막힘/권서영
어젯밤 킁킁거리다
코가 탁! 막혔다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계속 킁킁거렸다
그 순간 코가 팟!
코가 뚫렸다 너무 시원했다
코에 작은 에어컨을 킨* 느낌이다
*‘켠’의 방언
분수/김동준
학교 분수 옆에서 시를 쓰려고 하는데
분수에 물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한다
그것 때문에 내 마음도 나왔다 안 나왔다 한다
바지락/김지은
저녁에 바지락을 깠다
큰 것, 작은 것, 깨진 것을 까보았다
까기 어려운 순서는
깨진 것, 작은 것, 큰 것 순이다
내가 깐 것을 엄마가 시장에서
많이 팔았으면 정말정말 좋겠다
해바라기/박율
해바라기는 항상 해를
보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를 보고 있었다
감시를 철저하게 한다
카메라처럼 꼿꼿하게
창문 너머로 보고 있다
벼/손선규
우리 반 벼가 많이 자랐다
많이 커졌다
이삭도 나왔다
꽃도 폈다
벼가 다 자라면 어떻게 할까?
삼촌한테 콤바인 가져오라고 할까?
송숙 엮음 -학이사어린이(출)
아이들은 정직하다. 정직한 아이들이 모여 시를 썼다. 군산푸른솔초등학교 4학년 6반 남학생 열넷, 여학생 열 둘, 총 스물여섯 명과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일 년 동안 화단에다 농사를 지었다. 화단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아이들처럼 정직하게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한 해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시들이 많다. 식물이 자라니 곤충과 벌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나비, 꽃등에, 실잠자리가 날아오고, 벼를 심은 고무논에선 농약 사용으로 사라져가던 풍년새우도 보였다. 자연스럽게 식물의 생태도 익히면서 더불어 수확의 기쁨도 느꼈다.
엮은이 송숙 선생님은 우연한 계기로 아이들에게 시를 들려주었는데 아이들이 시를 써 왔다고 한다. 지난해 『시똥누기』를 발간한데 이어 올해 『분꽃 귀걸이』를 출간하게 되어 스스로 복이 많은 선생님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