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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시(5)

어린이시

by 보리


비오는 날 일하는 소/김호용


비가 오는데도

어미 소는 일한다.

소가 느리면 주인은

고삐를 들고 때린다.

소는 음무음무거린다.

송아지는 모가 좋은지

물에도 철벙철벙 걸어가고

밭에서 막 뛴다.

말 못 하는 소를 때리는

주인이 밉다.

오늘 같은 날 소가

푹 쉬었으면 좋겠다.








거미/박금옥


어떻게 이렇게도 가느다랗고

동그랗게 만들었을까?

초록색 풀잎 사이

동그란 거미줄이 있다.

더 가까이 보면

각이 져 있다.

그 집에 모래알갱이 같은

거미가 살고 있다.

어떻게 그 가느다란 줄에서

고만한 거미가 사노.

손으로 만져 보니 무엇이

잡히는 같지도 않다.

거미가 풀 옆으로 간다.







오리/정명용


우리 집 오리

매일 엉덩이를

빼닥빼닥 흔들면서

돌아다닌다.

어떨 때는 밖에 나와서

개가 멍멍 왈왈왈 하면

꽥 꽥 꽥 꽥 막 싸운다.

내가 후다닥 잡으로 가면

하마 지 잡는 줄 알고

내뺀다.

그래도 잡으면 깨물까 봐

못 잡는다.

억지로 잡으면 내 죽는다고

꽥꽥거리고 난리다.











쥐새끼/이정희


산에 나무하러 갈 때

내가 작은 소나무를 보니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속을 보니까 쥐새끼가 있었다.

엄마는 죽이자 했다.

죽이지 말고 어미한테

보내 주자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어디에서 쥐 소리가 났다.

쥐새끼를 보내 주자 하면서

살살 가서 나무 속에 놔 뒀다.

어미는 좋아할 것이다.

우리 엄마와 나는 깨달았다.







상만이네 닭/김정호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져서

다리 부러질려고 하는

상만이네 닭

다리를 앞으로 내었다 뒤로 빼다 하며

절뚝거린다.

상만이네 엄마는

아유, 저놈의 빙시 닭

잡아먹어뿌까 마 이런다.

다른 닭은 그게 뭐가 좋은지

꼬꼬꼬거리며 궁디를

요리 쪼고 저리 쪼고 하다가

날개를 퍼더덕거리며 도망간다.

다리 다친 닭은

한 번도 싸워 보지 못하고

쪼이기만 해서 털이 다 빠졌다.

다른 닭은 좋다고

꼬꼬댁거리며 간다.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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