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일하는 소/김호용
비가 오는데도
어미 소는 일한다.
소가 느리면 주인은
고삐를 들고 때린다.
소는 음무음무거린다.
송아지는 모가 좋은지
물에도 철벙철벙 걸어가고
밭에서 막 뛴다.
말 못 하는 소를 때리는
주인이 밉다.
오늘 같은 날 소가
푹 쉬었으면 좋겠다.
거미/박금옥
어떻게 이렇게도 가느다랗고
동그랗게 만들었을까?
초록색 풀잎 사이
동그란 거미줄이 있다.
더 가까이 보면
각이 져 있다.
그 집에 모래알갱이 같은
거미가 살고 있다.
어떻게 그 가느다란 줄에서
고만한 거미가 사노.
손으로 만져 보니 무엇이
잡히는 같지도 않다.
거미가 풀 옆으로 간다.
오리/정명용
우리 집 오리
매일 엉덩이를
빼닥빼닥 흔들면서
돌아다닌다.
어떨 때는 밖에 나와서
개가 멍멍 왈왈왈 하면
꽥 꽥 꽥 꽥 막 싸운다.
내가 후다닥 잡으로 가면
하마 지 잡는 줄 알고
내뺀다.
그래도 잡으면 깨물까 봐
못 잡는다.
억지로 잡으면 내 죽는다고
꽥꽥거리고 난리다.
쥐새끼/이정희
산에 나무하러 갈 때
내가 작은 소나무를 보니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속을 보니까 쥐새끼가 있었다.
엄마는 죽이자 했다.
죽이지 말고 어미한테
보내 주자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어디에서 쥐 소리가 났다.
쥐새끼를 보내 주자 하면서
살살 가서 나무 속에 놔 뒀다.
어미는 좋아할 것이다.
우리 엄마와 나는 깨달았다.
상만이네 닭/김정호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져서
다리 부러질려고 하는
상만이네 닭
다리를 앞으로 내었다 뒤로 빼다 하며
절뚝거린다.
상만이네 엄마는
아유, 저놈의 빙시 닭
잡아먹어뿌까 마 이런다.
다른 닭은 그게 뭐가 좋은지
꼬꼬꼬거리며 궁디를
요리 쪼고 저리 쪼고 하다가
날개를 퍼더덕거리며 도망간다.
다리 다친 닭은
한 번도 싸워 보지 못하고
쪼이기만 해서 털이 다 빠졌다.
다른 닭은 좋다고
꼬꼬댁거리며 간다.
(198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