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 동시들

동시

by 보리

반딧불


반딧불 아줌마

손전등 들고 어디 가세요?


길 건너 외딴집

혼자 사는 여치 할머니

말동무해 주러 가요


어디 아픈 데 없나 보러 가요










코끼리와 개미


부지런히 길을 가던

개미에게 하늘이 무너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개미는 알지 못했지만


방석만 한 하늘에도

틈은 있어 겨우 살아남았다


그런데 개미가 문득

한쪽 팔을 들어 올리자

하늘이 거짓말처럼 붕 위로 들렸다


그걸 본 모래 한 알이

기뻐 소리쳤다


"넌 세계 최초로 코끼리 발을

들어 올린 용감한 개미야!"


하지만 개미는

우쭐하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부지런히 갔다









어머니 신발


닳고 구멍 난

두 척의 배, 여기도

복 주세요 하느님!









두부와 콩


두부 사서

콩밭 옆 지나는데


콩밭의 콩이

콩콩 울고


봉지 속 두부가

콩콩 울고










나비


난 나비가

꽃잎 위에만

앉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길 옆 저만치 떨어진

강아지똥 위에

나비가 앉는 걸 보았다

아, 나비에겐

강아지똥도

꽃이구나

오늘 처음 알았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손바닥 동시』 『뒤로 가는 개미』 『지렁이 일기 예보』 『오리 발에 불났다』와 시집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오리막』 『불태운 시집』이 있으며, 동화집 『도깨비도 이긴 딱뜨그르르』가 있다. 『손바닥 동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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