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피리
삐릭삐릭 삐리리릭
청보리 대궁 꺾어 피리를 불어요. 들녘은 향그러운 바람을 날리고 하늘은 언덕배기에 얹혀 맴돌아요.
찰방찰방 차르르륵
물마루가 일어요. 종다리가 날아요. 그리고 찰방거리는 물결 소리도 들려요. 보리밭에서.
푸름푸름 프르름
보리밭이 부풀어요. 이담에도 햇빛이 저렇게 빛나고 푸른빛만 보일까요?
반짝거리는 눈, 갈래머리 가시내가 웃고 있어요.
삐리릭 삐릭삐릭
보리밭을 가로질러 갈래머리가 숨고 있어요. 노랑 리본이 나풀거려요. 빡빡머리 부스럼 딱지가 바람을 안고 달려가요. 꿈결 같은 열한 살, 내가 가고 있어요.
참새
참새를
잡아 보겠니?
갈색부리에
보드란 깃
동그란 눈을 가진 참새를
잡아 보겠니?
그럼
밤에 와
달이 뜨면 오기 좋지.
우리 집 처마엔 참새 굴이 있단다.
일곱 긴 사다리를
걸쳐 둘게.
위쪽에서 세 번째 가로목을 딛고
(단단히 디뎌야 해)
손전등을 비춰 봐.
참새 굴이
거기 있지?
그럼 손을 넣어 봐.
참새 두 마리
매끈한 알이 다섯 개
만져지지?
그럼 됐어
그냥 놔두는 거야
담에 또 잡으려면
잠자리 시집보내기
파리 동동
잠자리 동동
우리들의 팔월은 온통 바닷속처럼 빛나는 초록빛이어요.
콩밭에는 무당벌레가 날고, 유리알 같은 하늘 가득 잠자리 떼가 몰려와 동그라밀 그려요.
잠자라 잠자라
여기여기 앉아라.
우리들은 알무릎으로 주저앉거나 양초처럼 꼿꼿이 서서 집게손가락을 내밀고 잠자리를 불러요. 잠자리는 짜장 숙맥이라서 잠시를 못 참고 금방 손가락 끝에 앉고 말지요. 그땐 얼른 엄지손가락을 꼬부려 녀석들의 발목을 잡는 거여요.
멀리멀리 가야면
똥물 먹고 죽는다.
참을성 없는 코흘리개들이 숫제 싸리비를 휘두를 때쯤 우리들은 잡은 잠자리 꽁무니에 밀짚을 매달아 한 마리씩 날려 보내요. 그러면 잠자리들은 정말 시집이라도 가는 듯이 하늘 높이 솟구쳐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거여요.
호랑이 사냥
뾰릇뾰릇
탱자나무 가시가 돋아요.
성은 학교 가고 어무이는 들에 가고
찬장엔 찬밥뿐이니 호랑이 사냥을 가야지요.
어깨엔 작대기 총을 메고
머리엔 개떡모자로 고수머리를 감추고 살금살금 숨을 죽이고 울타리를 나서요.
콧마루를 벌름거리며 호랑이 사냥을 가요.
왼쪽과 오른쪽엔 작약밭
돌다리 건너면 할머니 댁
깃 고운 꼬까물떼새가 날아요.
왜 내겐 날개가 없을까?
메주 냄새 굼뜨는 할머니 방을 열면
여덟 폭 병풍에 호랑이 한 마리
나는 다짜고짜 그놈을 쏘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호랑이를 잡아 주셨으니 곶감을 드려야지.”
똑딱 할멈
만일 누군가 개울에 가기 무섭게 다이빙 선수처럼 거꾸로 물속에 뛰어들거나, 배가사리를 잡겠다고 물밑 바위 틈서리를 헤집고 다니거나 해서 귀에 물이 들어가거든 똑딱 할멈을 부르셔요.
만일 누군가 4대 1로 물싸움을 하거나 지친 나머지 송장헤엄을 치거나 해서 귀가 먹먹하거든 따뜻한 조약돌 두 개를 귀에 대고 똑딱똑딱 두들기며 똑딱 할멈을 부르셔요.
류선열은 195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랐다.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1984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에 동시 「샛강 아이」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1988년 계몽사 어린이문학상 장편 동화 부문에 『솔밭골 별신제』가 당선되기도 했다. 동심의 원형을 현실로 되살려 내는 작품 세계를 추구하던 중, 1989년 10월, 70편의 동시와 1편의 동화를 이 세상에 남겨 둔 채 37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