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기장
일기장을 새로 샀다.
아주 멋진 내용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언니랑 싸우고
엄마한테 야단맞은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
새 일기장은 정말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일기장아, 미안해.
심심
엄마는 국이 심심해서 소금을 넣고
이야기꾼은 심심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방 안이 심심해서 음악이 돌아다니고
먼지가 사뿐 발레를 하다 다리가 아파
가구에 골고루 사이좋게 내려앉았다.
이리하여 심심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컴퓨터 게임
다락 귀신과 옷장 귀신은
상희가 귀신 생각을 할 때마다
쑥쑥 키가 크고 퐁퐁 살이 쪘다.
그런데 컴퓨터가 이 집에 들어오면서
쪼글쪼글 오그라들었다.
두 귀신은 날을 잡아 컴퓨터한테 가 보았다.
상희는 귀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상희의 눈과 집게손가락이 너무 무서워서
두 귀신은 손 붙들고 도망갔다.
기도
내 소원 하나 포기할 테니
우리 바둑이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아니, 한 개 더 포기할게요.
제발요!
할머니와 할아버지
텔레비전 앞에 앉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꼭 친구 같다.
초등 학교 1학년
여자 짝 남자 짝 그대로 앉아서
머리 하얘지고
주름살 생긴 것 같다.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아동문학 작가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새벗문학상,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고래와 래고》, 《알파고의 말》,
《나는 “나표” 멋쟁이!》, 동화책으로는 《내 사랑 치킨치킨》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사람》, 《여우는 거짓말 안 해!》 외 다수의 아동문학 작품과 시집 《나,
살아남았지》, 《헤르만 헤세 시집》, 청소년 소설 《집으로 가는 길》, 《2백년 전 악녀 일기가 발견되다》, 《데미안》, 소설 《두 번 태어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여러
권, 교양 도서 《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동물은 왜?》, 《둥글둥글 지구촌 문화 이야기》가 있다. 현재 판타지 장편동화 《백설왕자》를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