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감나무
감나무가 불어 놓은 풍선
퐁 터뜨리면 안 되니까
까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고 얇은 것이 바로 풍선이니까
감나무는
풍선을 쥐고 있으려고
대신,
잎사귀를 다 놓아준다
그 말 대신
눈 온다, 하고
전화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이건 뭐야, 하고
문자로 물어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거긴 어때? 하고
혼자 그려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왼쪽 고무장갑
딴생각도 안 하고
잘못한 일도 없이
오른쪽 고무장갑 구멍 나면
함께 버려진다
오늘 내가 그랬다
잘못은 짝꿍이 하고
벌은 둘이 받았다
참나무 아파트
사슴벌레 한 마리
바동바동 뒤집어졌다
나도 이 길로 집에 가는데
얘도 이 길로 집에 가는 중
잎사귀 버스 태워
참나무로 옮겨 줬다
아차!
거기가 그 애 집 맞나?
몇 동 몇 호 참나무인지
묻지도 못했는데!
숟가락
숟가락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고
넷이었다가 셋이었다가
다시 둘이 되고
숟가락은 이제
찬밥에 물 말아 먹는
할머니 밥상 위에
홀
로
기다리네
『동시마중』 36호로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회원이며, 동시 창작 모임 ‘동시랑’과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이다. 전주교대에서 초등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전북대에서 국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당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며, 매일 1시에 학생들과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면서 아이들처럼 맑은 동시를 꿈꾸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