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임미성 동시들

동시

by 보리

힘내라, 감나무


감나무가 불어 놓은 풍선

퐁 터뜨리면 안 되니까

까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고 얇은 것이 바로 풍선이니까


감나무는

풍선을 쥐고 있으려고

대신,

잎사귀를 다 놓아준다








그 말 대신


눈 온다, 하고

전화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이건 뭐야, 하고

문자로 물어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거긴 어때? 하고

혼자 그려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 말 대신








왼쪽 고무장갑


딴생각도 안 하고

잘못한 일도 없이

오른쪽 고무장갑 구멍 나면

함께 버려진다


오늘 내가 그랬다

잘못은 짝꿍이 하고

벌은 둘이 받았다








참나무 아파트


사슴벌레 한 마리

바동바동 뒤집어졌다

나도 이 길로 집에 가는데

얘도 이 길로 집에 가는 중

잎사귀 버스 태워

참나무로 옮겨 줬다


아차!

거기가 그 애 집 맞나?


몇 동 몇 호 참나무인지

묻지도 못했는데!







숟가락


숟가락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고

넷이었다가 셋이었다가

다시 둘이 되고


숟가락은 이제

찬밥에 물 말아 먹는

할머니 밥상 위에

기다리네





『동시마중』 36호로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회원이며, 동시 창작 모임 ‘동시랑’과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이다. 전주교대에서 초등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전북대에서 국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당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며, 매일 1시에 학생들과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면서 아이들처럼 맑은 동시를 꿈꾸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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