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장영복 동시들

동시

by 보리

그것들


오자마자 갈 생각이유?

그것들이 자식보다 더 좋우?

엄마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립니다


느이는 무엇이든 잘 하잖어

먹고 싶으면 먹고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고,

그것덜은 내가 읎으믄 안 댜

물 한 모금 지 맘대로 못 먹고

나만 바라보고 사는 것들인디


텃밭에 사는 푸른 그것들 걱정에

하룻밤이 길다고 엄마의 엄마는

충총 길을 나섭니다







귀가 없네


거대한 구덩이에 묻힐 돼지들

꽤액꽤액꽤액꽤액꽤애왝


포클레인 앞에서 목놓아 우네

꽤액꽤액꽤액꽤액꽤애왝


포클레인은 귀가 없네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때

아직은,이라 말하지

우리가 기다리는 그것이

아직은,일 땐

어미 닭이 알을 품듯

품는 시간일지 몰라


기다려도 오지 않을 거라면

아직은,이라 할 필욘 없어

그러니까 아직은,에선

예쁜 병아리처럼


솜털 보송하다가

솜털 자리에 깃털이 나고

깃털 사이로 더 크게 자랄

꿈이 태어나길 기다리는 거야


사실은 나도 아직은,





어른과 아이


우리 집에 고양이 있다 자랑하니

어른들은 어디서 났느냐

무슨 종이냐 먼저 묻는다


애들은 와 좋겠다 부러워만 하던데

한번 보여 달라 졸라 대던데


우리 고양이 길에서 주웠다 했더니

어른들 끔찍한 표정으로

병 옮을지 모른다

물릴지 모른다 걱정이 많다


애들은 어디야, 거기가 어디야?

우리 가 보자 좋아만 하던데








내가 공부를 못하는 건

내 키가 작은 건

아빠한테 물려받은 거야


아빠가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빠 키가 작은 것도

아빠의 아빠한테 물려받은 거야


그럼 아빠의 아빠도

아빠의 아빠의 아빠도

아빠의 아빠의 아빠의 아빠도

물려받은 거야?


물론이지!

그럼 내가 공부를 못하는 건

내 키가 작은 건


앗, 단군 할아버지 탓?





아동문학평론 신인상(동시)으로 등단하였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한 판 붙을래?』, 『대장장이를 꿈꾸다』라는 동화책과 그림책 『여름휴가』, 생태에세이 『숲을 읽어요』, 『곤충을 읽어요』,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 등의 책이 나왔습니다. 글쓰기에는 새로운 어려움이 늘 따라다니지만 어린이를 생각하기에 기쁘게 어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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