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 장
8월에서 9월로
달력을 넘길 때
출렁이는 바다
매미 울음소리
화단의 봉숭아
쨍쨍한 햇살도
같이 넘어간다
선수 치기
시험 끝나고 집에 들어서며
혼자 있게 내버려 둬
퉁명스럽게 말해야지
시험 점수 나온 날
살고 싶지 않아
한숨을 푹푹 쉬고 있어야지
시험지 보며
나는 왜 바보 같을까?
내 머리를 콩콩 쥐어박아야지
엄마는 내 눈치 보며
다음엔 잘 봐
이러며 안아 줄 거야
이웃사촌
화단에 골고루 심은
꽃씨들
분꽃 옆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옆에 채송화
채송화 옆에 봉숭아
봉숭아 옆에 해바라기
땅속에선 서로 모르고 지내다
땅 밖에서 이웃 되었다
절에 갔더니
창호지문에 손가락
구멍이 나 있다
안에서
밖이 궁금했을까?
밖에서
안이 궁금했을까?
새들의 주택난
걸어놓은 안전모자 안에 알을 낳고
벗어놓은 운동화 안에도 알을 낳았다
우체통 안에도 알을 낳고
차가 들락거리는 주차장 안에도 둥지를 틀었다
또 어떤 새는
지붕도 없고
벽 하나 없어
바람도 막아주지 못하고
풀포기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 알을 낳았다
2002년 MBC창작동화대상에서 단편 동화 〈꽃배〉로 수상하였고, 2005년 동시 〈애벌레 흉터〉외 다섯 편으로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은 책으로는 그림 동화책 《후루룩후루룩 콩나물죽으로 십 년 버티기》, 동화책 《강아지 시험》, 동시집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너는 1등 하지 마》 《안이 궁금했을까 밖이 궁금했을까》 등이 있고, 청소년 시집 《내 짧은 연애 이야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