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신다
바닷속에 발을 넣는다
촉촉하게 신기는 바다
내 발끝은 대서양에 맛닿고
물고기들이 뱉어낸 숨 방울들이
간잘간질
무릎까지 끌어 올렸다가
발목까지 내렸다가
신었다 벗었다 하던
바다를 두고 간다
다리에 남은
바다 자국
내 품 안에 밤
할머니 댁 희구가 낳은
새끼 강아지 보러 갔다
하얀 가슴에 맺혀 있는
강아지들은
엄마를
복사복사복사복사
어, 마지막 강아지는
뚜껑을 열고 복사한 듯
새카많다
그 까만 강아지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 이른 밤이 떴다
택배
끝도 없이 자라는
도로를 달립니다
트럭에 꽉 찬
상자들을 한 개 두 개
떼어 냅니다
얼음덩어리처럼
뭉쳐 있던 상자들이
집집마다 풀어지는 동안
아빠 몸에
물기가 번집니다
등 뒤에 상자들이
덜컹입니다
마지막 남은 아빠가
집으로 배달되어 옵니다
2016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동시추천완료. 2018년 [창비어린이] 신인상을 작품활동 시작.
[오늘 수집가]-창비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