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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Sep 04. 2023

동시에 동시해- 이상교 동시들(2)

동시

편지


까만 점 하나 찍어

보냈을 뿐인데,


연두 새싹 답장이 왔다

초록 줄기 답장이 왔다

분홍 꽃잎 답장이 왔다

씨앗 주머니 답장이 왔다


우체부는 나비와 벌


봉투를 열자

읽을 수도 없게

꼭꼭 눌러쓴 까만 글씨가

빽빽, 떼구르르


답장이 왔다.


 


 


 



간장


아무런 맛없이,

매가리 없이 푸욱 퍼진

흰 쌀죽


죽 그릇 옆 하얀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


죽 한술 뜨고

간장 한 점 찍고

죽 한술 뜨고

간장 한 점 찍고


그때부터

간장이

다시 보였다.


 


 






눈 내린

산비탈에

ㅅㅅㅅ


한 줄



.

.


새 발가락이 쓴

정갈한


한 줄.


 


 


1949년 서울 출생이다. 1973년 '소년'지에 동시가 추천되었고 1974년 '조선 일보'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1977년 '조선 일보'와 '동아 일보'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옴팡집 투상이', '술래와 아기별', '과자 딱 한 봉지', '햄스터 꼼쥐가 사랑한 세상',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의사 선생님', 동시집 '나와 꼭 닮은 아이', '자전거를 타는 내 그림자', '1학년을 위한 동시' 등 많은 책이 있다. 2017년 IBBY 어너리스트에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 줘』가 선정되었으며, 한국출판문화상, 박홍근 아동문학상, 권정생 문학상, 이주홍 문학상을 받았고 2022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한국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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