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냈다.
그것도 동시집을 냈다.
동시집에는 60편이 넘는 동시들이 들어있다.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엄마다.
엄마 이야기가 유난히 많아서 때로는 아프기도 한 동시가 있다.
엄마를 뵈러가기 전 미리 택배로 동시집을 먼저 보냈다.
어젯밤 10시 반이 넘어 톡이 왔다.
장문의 글이었다.
읽으면서도 엄마가 늘 그랬듯 어디서 복사해서 보낸 줄 알았다.
그래서 묘하게 나랑 닮았네, 생각하며 읽었다.
반쯤 읽다가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내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팔순이 넘은 엄마가 직접 썼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긴 글을 돋보기를 쓰고 한 자 한 자 눌러 썼을 엄마를 그려보았다.
거기다 문장력도 내가 보기엔 기가막혔다.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동시집을 읽었으니 답장을 해야겠기에 보낸 것이란다.
심지어 내 동시를 닮은 형식으로 써보았다니!
정말 잘 쓴 글이라고 칭찬을 백만원치 해주었다.
시인인 네가 그렇다면 내가 좀 잘 썼나보네, 하며 좋아하신다.
그러면서 당신이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3탄까지 들려주었다.
여전히 총기가 여전해서 참으로 안심이다.
몇 해 전 치매초기단계라는 판정을 받아서 몹시 걱정했는데 아마, 오진이지 싶다.
아이들 말마따나 엄마보다 더 스마트한 할머니라고 하지 않나.
나는 내 두꺼운 동시집과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꽉차는 답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