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휴가를 낸 날이 다가오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 나는 내일 휴가다
달력을 몇 번씩 쳐다보며 확인한다.
"내일 맞지?"
동료에게도 말해둔다.
"나 내일 휴가인데 혹시 급한 일 있으면 연락 줘..."
마음속으로는 말한다.
(연락 오는 일이 없기를...)
연락이 오면 나는 또 신경이 쓰일 것이고, 혹시나 무엇인가를 보내야 할 문서가 있다면, 느려터진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틱틱 소리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야 할 테고 생각만 해도 짜증이 몰려온다.
그렇게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내일 일을 못할 것을 대비해 오늘 더 많은 일을 소화해 보기로 계획을 잡는다.
점심도 혼자 퀴즈노스에서 해결한다. 다른 때 같으면 콜라를 시켜 먹고,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테지만, 콜라 말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가한다. 속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칭찬한다.
왜냐 하면 나는 내일 휴가니까, 마무리하고 가야 할 일이 많다.
내가 시킨 리코타 베지 &아보카도 샌드위치와 커피가 나왔다. 커피 한 모금을 마셔본다. 내가 좋아하는 원두의 맛은 아니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훌륭하고 생각하고 먹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뉴스도 클릭해 가면 혼자만의 식사시간을 충분히 즐겨 본다.
남은 커피를 챙겨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걸어본다.
사실 나는 누구한테 전화를 할까? 잠깐 생각을 했었다. 회사와 육아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6살 많은 동료 언니한테 할까? 아니면 너는 아이들이 많이 커서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3살짜리 꼬꼬마를 키우는 친구한테 할까? 그것도 아니면, 혼자서 TV나 보고 있을 엄마한테 전화해 이런저런 푸념을 해야 하나?
그러다 선심을 쓰듯, 남편에게 연락을 한다.
"오빠, 점심 먹었어?
나는 아직도 남편의 호칭을 오빠라고 부른다. 결혼한 지 16년이나 되었는데, 아이들도 있는데 호칭을 바꿔도 볼까 했지만,
여보, 당신 이런 단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 호호 할머니가 되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먹었지, 유는?"
"유" 이 단어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너는?"이라고 처음 말했을 때, 내가 "네가 뭐냐" 그랬더니 "유는?" 이랬던 남편이다.
나의 성이 유 씨이기도 하고, you 당신이라는 뜻이기도 하여, 우리는 언제부터 "너"라는 말이 들어가는 곳에 "유"라는 단어로 대답하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먹었지, 내가 내일 휴가잖아, 그래서 점심을 빨리 먹고, 일을 하려고, 샌드위치랑 커피를 동시에 먹고 지금 돌아가는 길이야"
"누가 보면, 한 일주일쯤 휴가 내는 줄 알겠다, 하루 쉬면서 오버는"
그렇다. 나는 하루 쉬는데 이렇게 아침부터 몇 날 며칠 노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루 출근 준비부터 14시간을 회사를 위해 준비하고, 일하고 있는 나는 꼴랑 하루 쉬면서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말이 14시간이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내가 낳은 아이들, 내가 한 이불 덮고 사는 남편보다,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회사와 같이 하다니 놀랍다.
걸어오는 5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와서 앉는다.
잠시 로그아웃 되어 있었던 컴퓨터의 비번을 치고 들어간다.
혹시 잠시 비운시간에 새로운 메일이라도 왔는지 확인하고, 일을 시작한다.
그래도 잠시 생각한다.
"일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거잖아,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집 대출도 보태고, 부모님들 용돈도 드릴 수 있고, 또.. 또..."
생각할수록 구차해진다는 생각에 멈춘다.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도 모두 즐겁다. 감사라는 마음도 들게 한다.
어쩌면,
"잠시의 감사가 나의 문을 열어 줄 마법 같은 열쇠라고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