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매일 말싸움하다.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집에만 있으니, 맨날 싸울 일만 있어요!"
"남편이랑 하루종일 집에 같이 있으니 답답해요"
"남편 하루종일 밥 차려 줄려니 힘들어요"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들었다. 부모님께도 들었고, 심지어 TV 만 틀어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나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퇴직하려면 멀었고, 한국에서 우리 생활은 너무 바빠서 저녁에 만나는 사이이고, 주말에는 같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 신경 쓰다 보면 지루 할 틈 없이 근방 지나간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바로 그 60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펼쳐진 것이다.
하루종일 매일매일 같이 있어야 하는 노년 부부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유시간이 좋았고,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이것이다. 같이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화도 많아지고,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자꾸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별거 아닌 것으로 자꾸 말싸움이 나게 된다.
예를 들면
아내: "오늘 다음뉴스 봤어요? 글쎄 아이가 선생님에게 욕을 했다고 하네 그런데 아이 엄마는 선생님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네요. 선생님도 분명 무슨 문제가 있었나 봐"
라고 말을 하면
남편:"그게 무슨 소리야 아이가 무조건 잘못한 거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아이가 욕을 하면 내가 선생님이라도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아..."
그럼 나는
아내: "그래도 선생님도 무슨 행동과 말을 했는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들어봐야 하나, 무조건 아이잘못이고 그 부모 잘 못이라고 생각해, 우리 때였으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우고 있는 우리 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뒤에 있던 아들은 이제 익숙한 듯 자기 할 일을 한다.
처음에는 끝까지 말하고, 끝까지 말다툼을 하다. 각자 자기 자리에 돌아가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만 말하자, 아니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일로 이렇게 감정소모를 해야 해!"
이렇게 된다.
사실, 미국에 와서 하루종일 같이 있다 보니 남편과 나는 참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17년의 결혼 생활을 하였다. 많은 일들을 겪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지냈지만, 참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다르다. 다르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 한집에 있다 보면 나도 남들과 똑같이 같이 있는 것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분이 다른데, 그중에 같은 점을 꼽자면 우리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잠깐 차 마시고 산책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고류 하며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말은 집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또 이 말을 다시 말하면 우리는 노년에 하루종일 같이 집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맙소다! 또 호호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도 입으로 싸우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때로는 화가 나서 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내뱉으면서 말이다.
아. 이건 분명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아파하고 즐거워하면서 지낸 부부가 노년이 되어서 서로의 잘 못된 점을 들추면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생을 마감하는 스토리라면 이건 분명 매우 슬픈 마지막이 된다.
그래서 여기 와서 어떻게 젊은 삶을 부부가 지내고, 노후에는 어떤 부부의 삶으로 살아갈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여기 미국의 부부들은 노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보니, 여기는 부부의 삶의 부분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자리에 앉을 때도 다른 가족과 섞여 있을 때도 우선 부부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남편옆은 항상 나 내 옆은 항상 남편이다. 이것은 교회에서 앉을 때도, 공원에서도, 스포츠관람할 때도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스킨십 또한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서로를 바라보고 위로해 주고, 사랑을 주는 모습이 습관처럼 몸에 베여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항하는 말은 상대방 배려 속에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자녀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옮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부분을 남편과 나도 많이 인지하고 있다.
미국에 오면 막상 시간과 자유가 생겨서 좋을 것 만 같았지만, 그 여유시간에 남편과 말다툼하느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있느니, 참 어리석다.
그것뿐 아니라, 지금부터 부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여 다가오는 노년을 어떻게 슬기롭게 지낼 것 인지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여러모로 내 인생의 우리 가정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든다.
인생! 참 쉬운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