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면 좋을 줄 알았지!

(8화) 도서관에 출근하다

by 사과나무

우리나라에서 2015년에 개봉한 인턴이라는 영화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인 앤 해서웨이가 나오기도 했었고, 진짜로 많이 본 이유는 "영. 어. 공. 부"이다.


미국에 도착해서 영어공부를 해야지 하고 마음은 먹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사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영화를 보면서 "공부하자" 하고 시작하여, 나에게 인턴이라는 영화는 영어공부를 위한 영화 중에 한편이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창업 1년 반 만에 성공을 이룬 열정적인 앤 해서웨이는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만들어진 노하우와 인생경험이 많은 70세의 로버트 드 니로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이러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영화 처음에 등장하는 벤(로버트 드 니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벤할아버지는 은퇴를 하고, 자식들도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잘 살고 있고, 브루클린에 내 집도 있고, 좋아해 주는 동네 친구들도 있지만 벤은 매일 갈 곳이 필요하다.

이따금씩 자녀집에 놀러 가서 손주들과 놀고 오기도 하고, 다른 나라 언어도 배워보고, 운동도 하고, 때론 먼 곳으로 여행도 떠나 보지만 매일이 무료한 듯하다.(물론 아내와 몇 해 전 사별을 하여서 그 마음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면, 분명 나는 이 장명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영화의 주된 장면도 아니고, 한국에서 나는 너. 무. 바. 쁘. 다.


저렇게, 한가롭게 여유타령하는 벤 할아버지가 부럽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결국, 벤할아버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집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가게 된다.

"매일 갈 곳 이 생겼어!"


미국에 막상 와보니... 기본적인 아이들 케어와, 집안 정리를 제외하고는 할 일이 없다.

유튜브를 하루종일 보고 있노라면 "이건 아닌데" 생각이 휘감기 시작하고,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남편과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맞아?


우리는 항상 바빴다. 둘 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그야말로 발 동동 인생이었다.

회사에서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의 일과가 우리를 맞이하였고, 두 명의 아이들 돌봄과 약간의 집안일을 하면 그대로 소파에 뻗었다.

"몸이 소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한 달만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으면 좋겠어" "2박 3일 잠만 잤으면 좋겠어" 내가 입버릇 처럼 하였던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인생이 펼쳐졌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오롯이 5~6시간의 시간 여유가 생긴다.


티브이를 보든지, 잠만 자든지, 커피숍에 하루종일 앉아서 책을 보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다.

"대박!"


처음에는 대박인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람은 유튜브만 볼 수도, 커피만 마실수도, 잠만 잘 수도, 수다만 떨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정말

"이게 맞아?"


처음 주어진 자유시간에 규칙을 넣기로 하였다.


"회사 가듯이 갈 곳이 필요해!"

"도서관에 출근하지!"


이로 인해 우리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월화수목금토일 출근도장을 찍게 되었다.

회사처럼 긴장감을 주는 곳도 아니니, 주말까지 찾아서 가는 우리의 회사, 우리 가족의 학교가 되었다.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은퇴 후의 삶이 벤할아버지와 같지 않을 거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참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때에도 남편과 나는

"아! 여기가 우리의 출근장소야!"

라고 말하고 있겠지. 아니,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때의 나의 출근 장소는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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